[사설]검찰은 작은 허물도 크게 自省해야 한다

  • 동아일보

김준규 검찰총장이 그제 사법연수원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검찰만큼 또 깨끗한 데를 어디서 찾겠느냐”면서 정치권의 상설 특검제 도입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주장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했다. ‘스폰서 검사’ 의혹사건과 관련해 특검 및 공수처를 구성할 사람들이 검사들보다 깨끗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인 듯하다. 그는 “(검찰권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면) 그 주체는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그럼 검찰이 가장 깨끗하다는 말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 측은 “국민에 의한 검찰권 통제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말하려다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김 총장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바꾸고 남아 있는 흔적이 있다면 싹 도려낼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정치권과의 시각차는 여전히 크다. 검찰은 과거에도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혁을 다짐했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가고 말았다. ‘자체 개혁’을 할 수 있다는 검찰의 주장이 불신 받는 이유다.

‘스폰서 검사’ 의혹사건의 원인을 검찰의 지나친 권력에서 찾는 시각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기업인들이 검사들에게 줄을 대고 향응을 베푸는 데 돈을 펑펑 쓸 이유가 없다. 검찰총장이 정치권의 움직임에 즉흥적으로 반발하는 인상을 보인다면 신중치 못한 일이다. 검찰 개혁은 검찰권의 축소나 확대 차원이 아니라 법치(法治)의 본질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검찰은 부정부패와 비리, 범죄를 없애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존재한다. 검사들이 부정한 돈과 향락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공정한 법 집행을 기대할 수 없다. 수사와 기소 단계에서 무너진 정의가 법정에서 바로 서기는 어렵다. 검사가 법 집행관으로서 권위와 명예를 지키려면 공사(公私)를 막론하고 엄정한 자세를 지켜야 한다.

검찰 스스로 외부 인사까지 포함시켜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국민과 정치권이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검찰 총수가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권 행사를 위한 제도 개선과 기강 확립에 힘써야 할 때에 파마머리가 어떻다느니, 권력을 쪼개 남을 주려 한다느니 불평하는 듯한 모습은 보기 민망하다. 지금은 말을 아끼고 자성(自省)하며 내부 개혁에 모든 것을 던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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