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애인이 ‘보통 국민’으로 살 수 있어야 선진국

  • 동아일보

제30회 ‘장애인의 날’인 오늘 정부 기념행사를 비롯해 비장애인의 장애체험, 장애인체육대회 같은 행사가 열린다.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이날 하루뿐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배려는 여러 지표로 볼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장애인과 관련된 법령과 제도, 시설 등 하드웨어는 상당히 정비됐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여전하다. 장애인을 위한 예산 또한 국내총생산(GDP)의 0.1% 수준으로 낮다.

2008년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괴롭힘을 금지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발효됐지만 장애인의 처우와 고용여건은 미흡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장애인이라서 안 된다’는 직접차별은 줄고 있지만 시설물 접근제한이나 보험·금융상품 가입 거부, 고용차별 등 간접차별에 대한 진정 건수는 늘고 있다. 장애인교육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각 시도교육청이 평가한 특수교육 여건은 100점 만점에 57.8점으로 낮다.

모든 장애인의 소망인 장애인연금법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쥐꼬리 연금으로 출발한다. 연금지원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일이다. 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제몫을 하려면 장애인 고용 증대가 절실한데 현실은 척박하다. 정보통신시대에 몸보다는 머리를 써서 일하는 직종이 많고 장애인의 교육 수준 역시 크게 높아졌다. 그럼에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조사한 지난해 장애인고용실태를 보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2%)을 지킨 사업체는 27.5%에 그치고 있다. 적잖은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느니 차라리 고용미달에 따른 의무부담금을 내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은 242만 명(2009년 6월 기준)이고 이들의 95%가량이 후천적 장애인이다. 장애가 없는 4800만 국민도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장애인이 ‘보통 국민’으로 살 수 없는 나라는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아도 선진국 자격이 없다. 장애로 인해 사람의 능력과 가능성이 묻혀버리는 사회는 세계인의 존경을 받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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