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힐턴 데니스]“남아공월드컵은 안전합니다”

  • 동아일보

강경한 백인우월주의 단체(AWB)의 지도자인 유진 테러블랜치 씨가 3일 살해되자 남아공의 인종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AWB의 목표는 남아공과 분리된 지역에 백인만 사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세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남아공 민주화 역사 16년 동안 AWB는 단 한 번의 선거에도 참가하지 않아서 정치적으로 비중이 없는 단체입니다. 군사적 능력도 없으며 넬슨 만델라에게서 물려받은 화해의 전통에 대치되는 반민주적 성향을 지닌 단체입니다.

일부 언론은 테러블랜치 씨가 암살당했다고 주장합니다. 두 명의 살해 용의자는 남아공 경찰에 체포되어 일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해 다툼이 있었음을 시인했습니다. 테러블랜치 씨는 흑인을 경멸하고 폭력을 휘둘러왔던 사람으로 자신의 고향인 벤테르스도르프에서 살인 미수로 기소되어 6년의 징역을 살았던 전력이 있습니다. 그의 죽음은 결코 정치적인 음모나 계획된 행위가 아니라 개인 간의 다툼으로 인해 일어난 비극입니다.

남아공 대통령과 정당 대표도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했습니다. AWB의 사무총장도 처음에는 고인의 죽음에 대한 보복과 인종전쟁, 특히 월드컵을 겨냥한 보복행위를 선언했지만, 이후에 발표를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남아공도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처럼 많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관용할 수 있는 성숙된 문화를 갖고 있으며 범죄를 관리하는 안정된 사법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흑인과 백인은 정부조직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조화를 이뤄 왔습니다. 과정이 평탄치만은 않지만 다시 되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월드컵은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남아공은 내전이나 인종전쟁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안전한 나라입니다. 남아공 헌법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헌법 중 하나로 사법부의 독립과 다당주의 체제를 강력하게 보장합니다. 이번 사건이 6월 11일부터 7월 11일까지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안전 문제를 포함하여 월드컵의 모든 준비는 잘 진행됐으며 여러 국가의 대표팀과 관광객, 남아공 국민 등 모두에게 안전한 경기가 될 것입니다. 안전조치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인터폴의 검증을 받은 상태입니다. 이런 조치는 장기적으로 남아공의 치안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남아공은 매년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나라입니다. 그들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들은 친절한 사람들, 아름다운 자연, 풍부한 역사 유적, 평온하고 안전한 분위기를 떠올릴 것입니다.

힐턴 데니스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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