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정석]아이패드, 시장주도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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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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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가 미국 전역에서 출시됐다. 루머와 신비주의 전략을 통한 소비자 관심 증대, 시청자를 매료시키는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제품 소개, 수개월간의 미디어 버즈를 통한 소비자 관심 극대화, 밤을 새워 줄 서는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대표되는 제품출시일이 재현됐다. 이 새로운 제품은 향후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올까.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아이패드는 TV PC 휴대전화에 이은 제4의 정보, 미디어 소비방식을 의미한다. 아이폰과 유사한 기능과 조작방식이지만 이동성과 통신이 강조된 아이폰에 비해 더 강력한 성능과 화면 크기로 무장해 미디어 소비와 정보처리에 더욱 적합하다. 결국 접근성과 성능 면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이의 정보, 미디어 소비욕구를 담당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글로벌 미디어와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팟 아이폰에 이어 또 한 차례 시장구조 및 판도를 뒤바꿀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까지 기존 업계는 아이패드를 2001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주도한 태블릿PC와 같은 장르의 제품으로 분류하고 대응 제품을 구상, 언급했다.

그러나 아이패드와 태블릿PC 간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아이패드의 운영체제는 아이폰의 운영체제를 활용하여 이동환경에서 가볍게 활용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으나 태블릿PC의 경우 기본적으로 윈도 운영체제에서 펜으로 입력하기가 가능하며 태블릿 형태를 띤 PC를 의미한다. 즉, 제품의 활용의도 및 목적이 다른 제품군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아이패드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판명되면 기존 업체는 태블릿PC의 제품 콘셉트를 수정하여 아이패드와 유사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또한 기존 전자책, 휴대용 게임기, 휴대용 미디어 재생기 등 부분적으로 활용도가 겹치는 제품군의 수요, 또는 존립 자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기기에 필요한 디스플레이 메모리 중앙처리장치 통신모듈 등 부품산업에도 새로운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신문 방송 출판 등 전통 미디어 및 포털 등 뉴미디어 기업을 적어도 부분적으로 재편하고 영향력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마저 생각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미디어, IT산업의 모바일화 융합화 경향을 더욱 촉진하고 관련 산업에 연쇄적인 판도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국내 IT업계의 경우 부품제공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임과 동시에 관련 기기 산업에 있어서는 매우 큰 위협요인이 되는 등 복합적인 측면이 있다. 길게 보면 플랫폼 역량을 가진 애플의 국내 산업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는 아이패드가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야만 발생한다. 현재까지 미주시장의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다. 또한 아이패드는 아이폰 성공공식의 기본요소를 출발점부터 물려받았다. 아이폰은 경쟁제품을 압도하는 직관성 편의성 조작성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 후 개발자와 콘텐츠 제공자를 배려한 생태계를 통해 시장리더로 부상했다.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기본적으로 같은 기능성을 공유할 뿐 아니라 아이폰의 콘텐츠생태계 즉, 아이튠스 스토어와 앱 스토어를 물려받은 상태에서 전자책 장터인 아이북 스토어까지 새로이 추가해 현존 최강의 디지털 콘텐츠 제공 시스템을 갖추고 시장에 등장했다.

아이패드의 성공에 대한 전망이 아직까지는 엇갈리지만 여러 정황을 보았을 때 성공가능성이 꽤 높다는 판단은 충분히 가능하다. 소비자는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새로운 정보, 미디어 소비방식을 즐기면 된다. 관련 업계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빠르게 변하는 산업 환경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뀔 것이다. 국내 관련 업계의 혜안과 정책적 배려가 더욱 절실해지는 이유이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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