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한 교육감 예비후보 A 씨의 기자회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기자의 질문에 후보가 ‘고교선택제를 모른다’고 답하자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모두 머쓱해졌다. A 후보 캠프 관계자가 뒤늦게 고교선택제를 간단히 설명하자 그때서야 후보는 “취지는 좋지만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원론 수준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번 주 열린 B 후보의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서울시에서 100%로 확대하기로 한 ‘교장공모제’에 대해 묻자 B 후보는 “기업체 사장이나 최고경영자(CEO) 출신 등 교육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교육 현장에 오는 제도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추진하는 100% 교장공모제는 ‘초빙형’으로, 교장 자격을 가진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 기자가 초빙형 교장공모제에 대해 설명해 주자 B 후보는 “그렇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고교선택제나 교장공모제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서울 교육에서 가장 주요한 논란거리 중 하나였다. 모든 언론이 앞 다퉈 보도했고 사회적 파장도 작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교육감 후보들은 내용도 몰랐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감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정책을 몰라서 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26일까지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자는 11명이다. 그중 8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후보들은 저마다 커다란 플래카드를 내걸고 지지자들을 수십 명씩 대동해 세를 과시했다. 시교육청의 비리를 척결할 방안과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대책을 내놓았다. 예외 없이 “무상급식은 안 물어보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비리 척결과 무상급식 외의 교육정책은 공허한 구호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서울 교육의 수장(首長)은 급식과 비리 척결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고교선택제와 학력 신장, 학교 폭력, 학교 자율화, 자율형사립고 대책…. 현안은 넘치고 또 넘쳐나지만 정책을 제시하기는커녕 이해조차 부족한 것이 현재의 교육감 후보군이다. 교육계 안팎에선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인물난보다 더한 ‘정책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지만, 정책난이 바로 인물난이다. ‘이런 현상이 과연 서울뿐일까’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더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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