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협박밖에 모르는 북한, 進化좀 해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북한은 어제 금강산에 남측 관계자 19명을 불러놓고 일방적으로 부동산 조사일정을 통보했다. 북한으로부터 ‘금강산 관광지구내 모든 남측 부동산 소유자와 관계자들은 25일 금강산을 방문하라’는 연락을 받고 서둘러 금강산을 찾았던 우리 측 인사들은 겨우 15분 동안 설명을 들은 뒤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왔다. 이들은 북한이 정한 조사일정에 맞춰 다시 금강산에 가야 할 판이다. 사업 파트너에 대한 예의나 배려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북측 조사단에는 군인이 포함돼 있어 31일까지 부동산 조사를 하면서 군부의 강경한 태도를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어제 첫 조사대상으로 관광사업과는 관련이 없는 정부 소유의 이산가족면회소를 선택했다. 이산가족면회소는 이산가족 상봉 확대를 위해 남측이 550억 원을 들여 건설했다. 작년 추석 이산가족 상봉 때 처음으로 단체상봉 장소로 사용됐다. 북한은 인도적 차원에서 만들어진 면회소를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는 비열한 방법을 택했다.

금강산과 개성관광은 남북 합의로 시작된 사업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개입했고,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금강산관광지구특별법까지 만들어 공포했다. 북한은 현대아산에 2002년부터 2052년까지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부여했다. 이 같은 합의를 무시하고 조사 운운하며 남측 관계자들을 죄인처럼 “오라, 가라” 하는 북한의 처사는 그들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북한은 금강산에 있는 남측 소유의 호텔 식당 등 부동산과 투자 규모를 이미 잘 알고 있다. 조사를 빌미 삼아 남한 정부와 기업을 압박하려는 것이겠지만 그런 억지와 위협으로 남한 정부와 여론을 움직일 수는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북한 초병의 관광객 박왕자 씨 사살로 중단됐다. 북한이 진상 규명, 재발 방지, 신변 안전보장을 하면 풀린다. 남북은 지난달 8일 개성공단에서 실무회담을 열어 관광재개 방안을 논의했다. 박 씨 피살사건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접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후속회담 협의를 하기로 했다. 성의 있게 남북회담에 응하는 것이 하루라도 빨리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이다. 협박밖에 모르는 북한은 제발 진화(進化) 좀 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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