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퓰리즘 폐해’ 다수 국민이 알아듣게 설명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4일 03시 00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의 폐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윤 장관은 “값을 치르지 않고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유토피아적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포퓰리즘 정책은 한번 시행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학습 효과를 통해 다른 방면으로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면 무상급식 등 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공약이 판을 치는 데 대한 걱정이자 일침이다.

재원 투입의 효율성을 감안하지 않고 대중적 인기에만 부합하는 정책들을 쏟아내면 큰 후유증을 낳는다. 20세기 초 남미의 부국(富國)이었던 아르헨티나는 ‘페로니즘’으로 불리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최근 재정 악화로 어려움에 봉착한 그리스 등 일부 유럽 국가도 사정이 비슷하다.

그러나 윤 장관이 포퓰리즘 정책의 폐해를 원론적으로 언급했다고 해서 할 일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그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해 “당정(여당과 정부)이 왜 자꾸 (야당의) 포퓰리즘적 주장에 따라만 가느냐. 그럴게 아니라 ‘전면 무상급식에 들어갈 예산을 다른 데로 돌리면 더 유익한 곳에 쓸 수 있다’고 적극 설명하라”고 질타한 뒤에 나왔다.

포퓰리즘이 무서운 것은 국민이 장기적인 악영향을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선호하기 쉽다는 데 있다. 정치인들은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다’는 생색을 내며 인기정책을 내놓아 목전의 정치적 이익만 취하려 한다. 야당의 포퓰리즘을 비판해온 한나라당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합성(整合性)이 있고 재원이 뒷받침되는 서민정책과 무리한 선심정책을 명확히 구분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럴수록 정부는 부작용과 후유증이 예상되는 포퓰리즘 정책들을 스스로 솎아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포퓰리즘 정책이 ‘잠시 달지만 결국은 국민에게 독(毒)이 된다’는 사실을 구체적 실증적 지속적으로 설명해 다수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미국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개혁을 추진하는 지도자는 자신의 구상과 방향을 조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설명해 확실히 이해시켜야 한다”면서 “한두 번 말을 했다고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기업경영도 그럴진대 국가운영에서는 더욱 폭넓고 깊이 있는 설득력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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