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효원]사형제 합헌 결정 뒤에 남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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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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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자유로운 인간 존재의 근원이다. 따라서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한다. 사형제도는 국가권력이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이다. 개인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처벌되는데,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개인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함으로써 사형제도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형제도에 대한 공론은 다음의 의미를 전제로 진행되어야 한다.

헌재, 제도 개선 논의 필요성 제기

첫째,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이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만큼 크지 않다. 헌재는 인간의 생명권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국가공동체의 보장이라는 보호법익을 분명히 인정했다. 합헌 의견이 생명의 소중함을 부인하거나 사형 집행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고, 위헌 의견이 반인륜적 극악범죄를 옹호하거나 방관하는 것도 아니다. 합헌 의견과 위헌 의견은 모두 생명의 소중함을 전제로 하면서 이를 보장하는 방법과 정도에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둘째, 사형제도에 대한 국민적 법감정과 시대적 상황 인식이 달라졌다. 사형제도에 대해 헌재는 1996년 7 대 2로 합헌 결정을 했고, 이번에는 5 대 4로 합헌 결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종전 결정의 합헌 의견도 사형제도에 대한 진지한 찬반 논의의 필요성을 지적했고, 이번 결정에서도 합헌 의견의 2명이 절대적 종신형 도입을 비롯해 사형제도의 개선을 주장함으로써 6명이 현행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헌법재판관이 바뀐 것만으로 설명될 수 없고 시대적 상황이나 국민이 갖고 있는 법감정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셋째, 헌재는 사형제도 자체가 현재의 헌법적 가치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지 사형제도의 존치나 사형 집행의 당위성을 선언한 것이 아니다. 헌재가 합헌 결정을 하였다고 해서 그것을 최선의 법적 가치로 선언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는 헌법적 가치를 고속도로에 비유할 때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자동차는 시간대나 도로 상황에 따라서 가장 편리한 차로를 선택하여 달릴 수 있으나 어떠한 경우에도 도로를 벗어나거나 중앙선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헌재는 국가공동체라는 자동차가 헌법적 가치인 고속도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할 뿐 최선의 차로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최선의 차로 선택은 국민과 국회의 몫이다.

헌재는 사형제도에 헌법적 판단을 했다. 지금부터 사형제도의 존폐를 포함해 흉악범죄의 예방과 사형제도의 운영에 대해 최상의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우리 사회의 현실이 반인륜적 극악범죄에 사형을 필요로 하는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때 절대적 종신형을 사형의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절대적 종신형은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생명권을 보호하면서도 재범의 위험성을 제거하고 범죄 예방을 달성할 수 있는 조화로운 방안이 될 수 있다.

절대적 종신형 등 대안 찾아야

이와 동시에 오판의 가능성을 줄이고 사형집행인의 인권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사형제도가 국가권력에 의하여 오용되거나 남용되지 않도록 사법절차를 개선할 것도 요구된다. 사형제도를 폐지한 외국의 사례도 면밀히 검토해 우리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 열린 마음과 관용의 자세로 주권적 의사를 표명하고, 국회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이성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 법률로 구체화하여야 한다. 이때 헌재의 지혜로운 충고를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이효원 서울대 법대 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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