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업도 자동차 반도체 같은 성장산업 될 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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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농지 면적이 한국과 비슷하고 기후 여건은 더 나쁜데도 세계 3위의 농업선진국이다. 낙농 위주에서 화훼 양돈 등으로 농업 구조를 바꾸고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 기술 및 자본집약적인 농업을 키워냈다. 농가소득은 한국의 3배, 농산물 수출액은 20배나 된다. 20년 전부터는 농약 대신 천적(天敵)을 활용한 친환경 농업을 키웠다. 농업은 네덜란드에서 우리의 자동차 반도체 같은 효자산업이다.

한국은 1993년 12월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이후 농업 경쟁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1998년 이후 농산물시장 개방에 따른 농민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지원을 대폭 늘렸지만 소득 개선에는 실패했다. 농수산물 수입자유화율이 99%를 넘어선 지금 한국 농업은 갈림길에 서 있다. 소득보전 방식의 농가지원에서 벗어나 농업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장태평 농수산식품부 장관이 어제 ‘농정 비전 2020’을 내놓고 곤충 애완동물 바이오에너지 기능성물질 관상(觀賞)동식물 등 5대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쌀 콩 등 전통적인 작물은 아니지만 세계 시장이 커지고 있고, 하기에 따라서는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정부는 농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을 지원해 농업의 산업화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재배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전자상거래를 활용한 디지털 농업을 키우면 ‘잃어버린 15년’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 정부는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허위로 보조금을 타먹는 ‘다방 농민’ 대신에 기업농을 더 키우고, 세계 수준에 뒤져 있는 첨단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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