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PD수첩 판사, 醫協의 판결 비판에 답해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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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가 그제 서울중앙지방법원 문성관 판사의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판결 내용 일부가 의료계의 판단과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이 직접적인 이해관계도 없는 사건의 판결을 의학적 관점에서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PD수첩 무죄 판결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의협은 PD수첩이 급성 베르니케 뇌병증으로 숨진 아레사 빈슨의 사인(死因)을 인간광우병으로 단정하는 식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의학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한 사인을 과장 보도한 것이 분명하다”며 “광우병과 연관짓는 것은 매우 왜곡된 사실관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빈슨이 비만 치료를 위해 위 절제수술을 받은 뒤 사망했는데 사인을 광우병과 연관지은 것은 명백한 왜곡이라는 것이다.

PD수첩이 ‘한국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발병위험이 94%가량 된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문 판사가 이를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의협은 “과학적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인간광우병 발병에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고 인간광우병에 저항하는 유전인자가 백인보다 동양인에게 많다는 점을 무시했다는 것이 이유다.

문 판사는 지난달 20일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명백한 오류와 왜곡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되기 때문에 허위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 파문을 일으켰다. 같은 사건에 대한 민사소송 1, 2심 재판부가 이미 허위보도로 인정했고 PD수첩 제작진도 스스로 오류를 인정한 것들조차 무시한 어이없는 판결이란 지적을 받았다. PD수첩 관련 자료의 번역을 담당한 정지민 씨는 문 판사에게 공개질의서까지 보내 항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엄격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건을 해당 전문가단체의 의견 조회도 없이 일부 전문가의 증언만 편파적으로 인용해 판결한 문 판사의 잘못이 크다. 돌이켜 보면 전문가집단이 처음부터 PD수첩 내용의 진실을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왜곡 선동 방송이 계기가 된 촛불집회가 석 달간 도심을 마비시킬 지경으로 악화하지 않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의협의 문제 제기는 더 일찍 나왔어야 했다. 방송학회를 비롯한 전문가집단이 정치적 편견을 극복하고 광우병 사태의 진실 규명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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