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면되는 이건희 회장, 국민 기대 부응하기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를 열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및 복권을 결정했다. 정부는 2018년 겨울올림픽의 강원 평창 유치를 돕고 국민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기여토록 하기 위해 그를 사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제계는 기업인 78명의 사면 복권을 청원했는데, 이 전 회장만 먼저 받아들여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그는 올해 8월 배임 및 조세포탈의 유죄가 확정돼 IOC 위원 자격마저 정지돼 대회 유치활동에 제한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 전 회장을 사면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에 많이 고심했다고 한다. 그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4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았다. 법질서 확립이나 법집행의 형평성을 생각한다면 이례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사법부의 형벌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역대 정부의 사면 남발이 지탄을 받으면서 2007년 사면법이 개정돼 사면의 적정성을 사전 심사하는 사면심사위원회가 법무부에 설치됐다. 그러나 사면심사위도 결국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위원회라는 시각도 있다. 겨울올림픽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독일 프랑스가 이 전 회장의 사면을 나쁘게 선전할 경우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의 사면 결정에는 그만한 명분과 실리가 있다고 본다. 본격적 유치경쟁이 예상되는 새해 2월 밴쿠버 IOC총회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의 활동으로 올림픽을 따내게 되면 국가위상 제고는 물론이고 스포츠 및 관광산업의 발전과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도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 당시 박용성 IOC 위원을 사면한 바 있다. 이번 사면은 이 전 회장이 스포츠외교와 기업 활동에서 국가에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이 전 회장은 국가와 국민에 빚을 지게 됐다. 삼성 측은 “평창 올림픽 유치라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수출액과 계열사 시가총액은 우리나라 전체의 20% 정도를 각각 차지한다. 이 전 회장은 최대 그룹의 실질적 최고의사결정권자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대한 만큼 일자리 창출과 투자에도 과감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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