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정열]법 어긴 금배지들 연로지원금 받을 자격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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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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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제36회 ‘밑 빠진 독’상(賞)을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제도에 수여한다고 24일 밝혔다. ‘밑 빠진 독’상은 시민행동이 2000년부터 최악의 예산 배정 및 낭비 사례나 관련 기관에 주는 상이다.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제도는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가 65세 이상 전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최소한의 생활보장과 복리향상 목적에서 1인당 매달 110만 원씩 지급하는 제도로 세금으로 운영된다. 2010년도 예산안에 신청된 예산만 106억 원, 올해 10월 말 현재 지원금을 받은 전현직 의원은 784명에 이른다.

나라를 위해 봉사한 국가 원로들의 노후생활과 품위 유지를 보장해주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헌정회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지원금 지급 규정을 들여다보면 이 제도가 ‘밑 빠진 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헌정회는 2007년 1월 지원금 지급 제외 조항에서 ‘국회의원 재직 기간 1년 미만인 자’를 삭제했다. 이때까지는 ‘국회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자, 금고 이상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자, 제명처분을 받은 자’ 등은 지급 제외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올해 1월 헌정회는 슬그머니 ‘재직 시 제명처분을 받은 자, 금고 이상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자, 징계에 의해 제명처분을 받았거나 자격이 정지된 자’마저 지급 제외 대상에서 삭제했다.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금고 이상 유죄판결을 받았어도, 파렴치범이 되더라도 65세만 되면 지원금을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올해 9월 지원금 제외 대상에 ‘지원금 지급일 현재 금고 이상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그 집행이 종료됐거나 면제되지 않은 자’가 추가됐다. 하지만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도 65세가 되는 시점에 형이 종료, 면제만 됐다면 형의 내용과 관계없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수혜자의 소득, 경제형편에 대한 기준도 없이 일괄적으로 지급되고 있어 ‘최소한의 생활보장’이라는 운영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있다. 시민행동 관계자는 “예산낭비 사례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국회의원들이 이해 당사자라 그런지 매년 예산 심의 때마다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호화청사와 넓은 집무실에 혈세가 쓰인 문제 때문에 공공 부문의 예산 절약이 화두다. 이럴 때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손질하면 예산심의장에서 ‘낭비를 줄이라’는 의원들의 질타에 조금 더 믿음이 가지 않을까.

우정열 사회부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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