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3 개각, 정부도 국민도 심기일전하자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개편에 이어 어제 국무총리를 포함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임기 1년 반을 막 넘긴 때이자, 유례없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구촌을 덮친 지 1년이 되는 시점에 ‘국정 추진체’를 재구축했다고 할 만하다. 국민통합과 중도실용, 개혁, 정치권과의 소통을 두루 감안한 흔적이 보인다.

그동안 이 정부는 정권교체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세력의 집요한 흔들기에 시달렸다. 국익과 직결되는 한미동맹 강화에 큰 진전을 이루었음에도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 사태로 정부 전체가 휘청거렸다. 올 들어서도 4·29 재·보선 참패와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의 충격에 휩싸여 고전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한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정부는 올 6월 이후 ‘중도실용(中道實用)’의 깃발을 내걸고 국민적 신뢰 회복에 나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어제 오후 소감문에서 밝혔듯이 국내외적 상황이 결코 한가하지 않다. 그의 말대로 불안한 거시경제와 어려운 서민생활,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갈등과 지역대립, 남북문제 등 우리가 직면한 현안 중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및 각 부처를 비롯한 정부야말로 이번의 인적 개편을 심기일전(心機一轉)의 계기로 삼아 이런 국정과제 해결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 어느 의미에서 이 정부 ‘제2 출범’의 각오가 필요하고 행동으로서의 헌신이 요구된다.

정 총리 내정자는 저명한 경제학자로 서울대 직선 총장 시절 각종 대학개혁을 소신 있게 이뤄내는 능력을 보였다. 부분적으로 현 정부 경제정책에 비판적 자세를 보였지만 한국경제 전반을 바라보는 인식이나 친기업적이면서도 친서민적인 성향 등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면도 많다. 국정 운영에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이 대통령과 조화를 이루는 데 유념할 일이다.

정 총리 내정자의 기용을 놓고 여권의 차기 대권구도와 연계시키는 등 지나치게 정치적 해석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 시점에서 생산적이고 ‘친(親)국민적인’ 국정 수행에 적임자인지에 평가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 내정자 본인의 태도가 특히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로서의 역할에 모든 것을 걸어야 마땅하다. 행여 정치적 야망을 드러내거나, 미래를 염두에 두고 ‘내 색깔 내기’에 집착한다면 국정의 혼란과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 경제는 투자와 소비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는 등 결코 안심할 수 없고 실속(失速)할 우려가 상존한다. 국민통합과 민생안정 측면에서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도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 미래의 성장엔진을 찾고 키우는 데서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새 내각에 주어진 무거운 과제다.

이제 정치권과 국민도 시대적 소명이자 국정 목표인 국가 선진화를 이루는 데 합심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을 복원하고, 법치를 바로 세우며, 국민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명실상부한 선진화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 큰 그림을 제시하고 정교한 액션플랜으로 이를 실행해 성공해야 한다. 야당 역시 생산적인 비판과 견제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자신들의 미래도 있다. 기업과 국민도 정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조(自助) 자구(自救) 자립(自立)의 자세를 함께 보이는 것이 소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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