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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3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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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중소업체 보호를 위해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규제한 사례는 없다.”(대형 유통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안승용 부회장)
1일 한국유통학회와 소비자시민모임 주최로 열린 ‘SSM 갈등 조정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오고간 대화다. 이 토론회는 최근 SSM 사업 조정 권한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위임받은 지방자치단체 실무자들이 중재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마련된 자리다.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학계 및 소비자 단체 관계자도 참석했다. 직접적인 갈등의 당사자인 유통업계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학회 전문가까지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댄 것은 처음이다. 토론회 내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공방전은 계속됐다. 한 참석자는 “조정안을 듣고자 왔는데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했다”며 허탈해했다.
하지만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상호 요구조건을 담은 의견서를 발표한 것은 주목할 만한 진전이라는 목소리도 많았다. 갈등의 핵심인 SSM의 개점 기준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재래상인과 대형 유통업체 양측은 SSM 등록제 도입 등을 포함해 이날 나온 상호 요구안을 토대로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처음으로 내비쳤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도 이날 양측이 내놓은 요구사항에 대해 “세부적인 조율이 남아있지만 등록 요건을 강화한 SSM 등록제 도입으로 의견이 좁혀질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양측은 중소상인에게 교육 연수 기회를 활성화하고 정부제도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데에도 의견 접근을 보였다. 갈등의 골은 깊지만 조금씩 얕아지는 기미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넘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특히 이날 중소 유통업계를 대표해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가 내놓은 의견서에는 SSM의 영업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담배 콩나물 두부 등 영세 생필품 취급 등을 자제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 같은 주장이 과연 물건을 싸고 편리하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설득력이 있게 다가갈지는 의문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양측의 논쟁 속에서 소비자 권리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영업권도 중요하지만 양측이 먼저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김정안 산업부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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