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북의 볼모가 된 개성공단

  • 입력 2009년 3월 17일 16시 42분


제목은 '북의 볼모가 된 개성공단', 권순택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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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열흘 동안 개성공단 통행이 두 번이나 차단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0일 하루 만에 개성공단 통행 차단을 해제했던 북한은 지난 13일 다시 통행을 막았고 나흘만인 어제 우리 국민의 남측 귀환만 허용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다시 개성공단 통해 희망자에 대한 전면 통행을 허용한다는 동의서를 보내왔지만 언제 다시 통행이 차단될지 알 수 없습니다. 북한의 일방적인 행패에 우리 정부는 수백 명의 국민을 사실상 인질 상태로 개성공단에 남겨둔 채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북의 처분만 기다려야 했습니다.

개성공단은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합의로 추진되기 시작해 2002년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합의를 거쳐 2002년 12월 착공됐습니다. 세계적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으로 남북한과 외국 기업을 유치해 동북아 지역의 중추적인 자유경제지대를 2010년까지 건설하겠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개성공단 사업을 금강산 관광사업과 함께 햇볕정책의 최대 성과라고 자랑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우리 국민이 사실상 인질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을 보면서도 과연 그런 말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북의 개성공단 통행 차단은 북의 말만 믿고 대북사업을 진행할 때의 위험성과 북의 실체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북은 개성공단 통행 차단 조치를 통해 무엇을 노렸을까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와 남남갈등을 기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북은 이번에 꽤 실망했을 겁니다. 북이 기대했던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우리 국민의 반감만 키웠으니까요.

정치적 목적으로 민간인을 볼모로 삼은 북의 행태는 국제사회에서 북의 신뢰만 더욱 추락시키고 개성공단의 미래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남북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북이 스스로 만든 법(개성공업지구법)도 지키지 않는 북한을 믿고 개성공단에 투자할 외국기업이 있겠습니까.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확실한 안정보장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철수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졸지에 수백 명의 우리 국민이 오도 가도 못하는 인질 신세가 되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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