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상진]IP세대 열정을 성장동력으로

  • 입력 2008년 10월 11일 02시 56분


사회가 혼란스럽고 미래가 불확실할 때 미래는 더욱 궁금하다. 이때 사람들은 젊은이에게 주목한다. 이들은 일종의 ‘사회적 지진계’다. 물론 이 관찰법은 무조건 객관적이지 않다. 관찰자인 기성세대의 기대와 우려가 반영될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관찰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보다 신뢰할 수 있는 미래 예측의 도구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다. 기성세대의 차가운 시선과 당사자의 뜨거운 표상이 어우러져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야 한다.

혁신적 사유-용기-끼 지닌 20,30대

동아일보 기획시리즈는 현재 한국에 사는 20대와 30대의 특성을 다각도로 생동감 있고 일목요연하게 그렸다. 이른바 ‘IP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더욱 열정적이고 더 큰 잠재력을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현명하며, 혁신적인 사유와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용기도 지닌다. 게다가 주체할 수 없는 ‘끼’를 자신의 일상성에 녹여내고, 이를 상품화하는 영리함도 있다.

사회 참여 부분에서도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신의 관심과 시각으로 재구성한다. 또 유연하고 부단히 이동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유목적이며 즉흥적인 정체성을 체화한다. 기존의 경계도 능동적으로 넘나들고 파괴한다. 소비자의 한계를 벗어나 프로슈머로, 아마추어의 경계를 넘어 프로추어로, 구태의연한 기존 정치의 틀을 깨고 생활정치의 영역을 열고, 좁고 어두운 관람석을 벗어나 넓고 밝은 무대 위를 넘본다.

시리즈의 여러 미덕을 독자들은 충분히 인식했으리라.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세대를 사회학적으로 고민하는 필자에게 시리즈가 미처 다루지 못한 한 가지 사항이 눈에 밟힌다. IP세대는 다양한 모습을 지닌 20대와 30대의 한 단면이다. 필자는 세대와 관련된 논의가 흔히 상정하는 ‘단일한 세대’의 전제가 탈(脫)표준화되고 개인화된 현대사회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IP세대의 ‘우울한’ 동료, 예컨대 ‘88만 원 세대’가 그득하다. 현대사회의 격랑 속에서 어떤 이들은 희망의 파도타기꾼(surfer)이지만 다른 이들은 절망의 표류자(drifter)이다. IP세대가 보여주는 희망찬 미래는 동료의 암울한 전망으로 교란된다.

IP세대의 능력, 잠재력, 열정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희망을 실현하는 노력은 절실하다 못해 필수적이다. 두 방향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세대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다. 기성세대의 세계관과 행동을 IP세대는 억압으로 인식할 수 있다. 반대로 IP세대의 즉흥성과 유목적 특성을 기성세대는 위협이자 도전으로 생각할 수 있다.

세대 내에 존재하는 희망과 절망의 커다란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세대 내, 그리고 세대 간 차이가 갈등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는 일은 IP세대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노력만큼 중요하다. 그들의 파도타기 능력은 젊은이와 기성세대, 다양한 2030세대의 공동의 터전이 단단할 때 더욱 성장할 수 있다.

‘88만원 동료’에게도 희망 주어야

절망은 줄이고 희망을 키우는 것은 사회 체계, 그러니까 학교 기업 정부의 몫이다. 이 과제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여기서 제시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에서 교훈을 취할 수는 있다. 무한경쟁을 통한 수월성의 표상이던 거대 금융기업의 도산, 시장주의를 국가운영의 이념으로 삼던 선진국의 정책 전환은 승리자 위주의 발전 논리의 부작용을 예시한다.

시리즈가 잘 보여준 바처럼 IP세대는 한국의 무한한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울한 동료와 불안한 선배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 이 과제의 시작은 단연 일자리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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