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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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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는 약 30%로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중 높은 편이지만 외환시장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1∼7월 외국인 보유 주식 규모 대비 외환거래량 비율은 필리핀 18.0%, 인도 13.9%인데 한국은 9.7%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역(逆)송금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구조적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시장에 내놓지 않아 환율 오름세를 부추겼다. 올해 들어 9월 초까지 조선 3사의 선박 수주는 370억 달러로 플랜트 설비를 포함하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줄지 않았다. 그런데도 선박대금으로 받을 달러를 미리 파는 선물환(先物換) 매도는 대폭 줄었다.
외환시장에서는 “수출업체들이 급등하는 환율을 내심 즐긴다” “수출대금을 해외 지사에 쌓아둔 대기업도 있다” 같은 말이 나돈다. 기업의 환(換)테크를 모두 투기로 볼 수 없지만 외환시장이 붕괴 직전인데도 달러를 움켜쥐고 있거나, 달러 사재기를 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기업 환경 개선에 열심인데 대기업들이 자기들만 살겠다고 해서는 국민경제 전체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국회에서 말한 대로 투기적 거래로 시장을 교란하는 대기업이 있다면 찾아내야 한다. 이달 중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수급사정이 개선되면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개인들도 달러 사재기를 삼가야 할 것이다.
정부가 보유 달러를 시장에 내놓을 경우 투기세력만 이득을 볼 수도 있다. 지나친 구두개입은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수입대금 결제나 외화대출 상환을 위해 달러가 필요한 기업의 손에 달러가 들어가도록 은행을 통해 공급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장기적으로는 국민경제의 안전을 위협하는 외환시장의 취약점을 개선하고 외부 변수를 견뎌낼 만큼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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