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재영]“바가지요금 못막을거면 그만둬”

  • 입력 2008년 7월 28일 03시 01분


제주도가 25일 해수욕장 바가지요금을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김모 해양수산국장을 전격 직위해제했다.

제주도는 지난달 관광가격 인하 운동의 하나로 해수욕장에서 쓰는 파라솔 등 피서용품 가격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무더위로 제주지역 해수욕장에 인파가 넘치면서 ‘한탕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파라솔 임대 가격이 2만∼3만 원으로 치솟았고 5000∼1만 원을 받기로 한 해수욕장에서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해수욕장에서 다시 기승을 부리는 바가지요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상황도 보고하지 않은 담당 국장에게 극약처방이 내려진 것.

김태환 제주지사는 간부회의 때마다 제주관광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관광가격 인하를 거듭 강조해 왔다.

김 지사는 회의석상에서 “업무를 태만히 한 담당 공무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책임을 묻겠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이번에 ‘일벌백계’로 본보기를 보인 것이다.

그동안 제주관광이 ‘비싸다’는 얘기는 끊임없이 나왔다. 이런 상황이 더 지속되면 제주 관광업계가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고조됐다.

위기의식을 느낀 제주도는 2월부터 가격 인하 운동에 힘을 쏟았다. 관광호텔, 휴양 펜션, 사설 관광지, 박물관, 공연장, 골프장 등에서 줄줄이 가격을 내렸다.

실국별로 실적 표를 만들어 공무원들이 동분서주했다. 관광업소 대표를 만나 동참을 호소했다. 비협조적인 업소에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관광객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신바람이 났다. 항공요금 인상이라는 복병을 만나기는 했지만 해외여행을 준비하던 관광객이 제주로 발길을 돌리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가격 인하의 당사자인 관광업소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업소에서는 “유가 급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가격까지 인하하는 바람에 영업이 더 힘들어졌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불이익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하는 업체도 있다. ‘관(官) 주도의 가격 인하 운동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제주 관광요금 ‘거품빼기’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값싼 중국과 동남아 관광지가 우후죽순처럼 늘어가는 마당에 제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관광서비스의 질에 있다. 내린 가격만큼 관광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원재료가 부실해진다면 어렵게 시작한 가격 인하 운동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제주에서

임재영 사회부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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