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5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번 취재 결과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경제적 자유화와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성공시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발트 3국처럼 그것에 성공한 나라들은 굶주림에서 벗어나 고속 성장을 이루었고, 어엿한 중진국의 대열에까지 끼게 되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과거의 사회주의적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라들은 예전보다 오히려 살림살이가 악화되는 수난을 겪고 있다.
이는 체제 전환 현상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올레 하브릴리신 씨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그는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독립국가연합을 포함한 27개국의 체제 전환 과정을 실증적으로 연구했다. 그가 도출한 결론은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려면 광범위한 자유화와 민영화를 꼭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 개혁은 ‘빅뱅’이라고 불릴 정도로 과감하고 신속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렇게 했던 나라들은 급속한 성장을 통해 국민들의 평균적 삶의 수준을 높여 놓았다. 그것만이 아니다. 시장주의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은 그렇지 못한 나라들에 비해 실업률도, 소득격차도 작았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하브릴리신 씨의 주문은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이명박 정부도 새겨야 한다. 어떤 기업을 어떻게 민영화할지에 대한 논의는 이미 충분히 돼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결단이다.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전광석화처럼 해야 한다. 미적거리는 사이에 해당 공기업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기업의 가치는 줄어들고 만다.
규제 완화도 과감해야 한다. 과감히 규제를 푸는 일은 그 자체로서도 중요하지만, 민영화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민영화를 하다 보면 단기적인 실직자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규제 완화를 통해 최대한 투자를 장려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도 들어올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과 학교의 설립에 대한 규제 완화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없는 한, 그리고 자기 자녀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학교에 보낼 수 없는 한, 외국인들이 이 땅에 들어와서 투자하기를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포퓰리즘의 유혹도 뿌리쳐야 한다.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등 경제적으로 실패한 나라들도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 그것은 경제적 실패가 결국 국민이 민주적으로 선택한 결과일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시장경제를 시작하면 당장은 힘든 일이 많아진다. 경쟁이 힘들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그보다는 국가가 주는 복지에 기대어 사는 것이 몸도 마음도 편하다. 하지만 그런 유혹을 견디지 못하면 성장은 불가능하고 생활수준도 높일 수 없다. 실패한 나라의 국민은 그중에서 눈앞의 안락함을 택했다고 봐야 한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는 교훈은 체제 전환기의 국민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사정이 우리라고 다르겠는가. 복지정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국민이 정부에 기대려는 마음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 국민 각자가 자신의 생활은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시장경제 개혁의 출발이고 중심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