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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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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한 고위 간부가 ‘BBK 주가조작 사건’ 핵심 인물 김경준(41) 씨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을 보며 이같이 토로했다. 검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김 씨 수사에 대한 검찰의 한마디와 행동이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당장 발등의 불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김 씨의 범죄에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문제다. 발표한다면 그 시기도 검찰의 고민거리이다.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은 대선 후보 등록일인 25일 이전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라고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결과를 발표한다면 어느 쪽이든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정치권은 서로가 자기 측에 유리한 논리를 내세우며 검찰을 ‘정치 검찰’로 몰아붙일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도 김 씨의 송환 1주일 만에 이 후보 관련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그렇다고 김 씨의 2차 구속 시한인 다음 달 6일 김 씨를 기소하면서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면 대통령 선거일(19일)과 너무 가까워진다. 그만큼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지고, 정치 검찰이라는 비난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확대 재생산한 뒤 검찰로 ‘공’을 떠넘기고, 검찰이 결론을 내놓으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해석해 비난하는 일은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1997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신한국당은 ‘김대중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수사를 하든 안 하든 정치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02년 ‘병풍(兵風)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대업 씨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서로 고소 고발을 주고받으며 검찰을 대선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
두 차례 대선에서 정책과 비전이 아니라 검찰과 정치 공방이 5년간 국정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을 결정한 셈이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만신창이가 됐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지금도 정책적 쟁점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검사들조차 “후보들을 통틀어서 기억나는 정책은 ‘대운하’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다. 한 고참 검사는 “제발 유권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나 피의자의 입이 아닌, 정책을 말하는 ‘후보의 입’을 바라보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택동 사회부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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