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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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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책의 실패는 주로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을 잘못 선택했을 때 발생한다. 참여정부가 수행한 여러 정책의 목표는 원인과 상관없이 결과가 같아야 한다는 형식적 평등주의를 달성하는 데 있다. 이 목표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정책목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는가는 사상의 자유에 속하므로 왈가왈부할 성격이 아니다.
문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잘못됐다는 점이다. 형식적 평등을 달성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있는 사람의 것을 빼앗아 없는 사람에게 주거나, 있는 지역의 것을 빼앗아 없는 지역에 주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참여정부가 선택한 방법이다.
참여정부는 모든 지역이 똑같이 잘사는 소위 국가균형발전을 이룩한다는 명분하에 개발 계획을 쏟아 냈다. 얼른 꼽아 보아도 행정중심복합도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르는 10개 혁신도시, 6개 시범 기업도시의 건설 등 직접 관련된 도시만도 17개에 이른다.
무슨 도시 제조기도 아닌데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처럼 많은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일은 전무후무하다. 수도권에 행정력 등이 집중됐으니 이를 빼앗아 다른 지역에 주겠다는 것이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이다. 공공기관의 본사가 대부분 수도권에 있으니 여러 지방으로 쪼개 분산시키겠다는 것이 혁신도시의 건설이다. 모두 수도권에서 빼내 지방으로 보낸다는 같은 관점에서 고안됐다.
개발 호재가 있을 때 땅값이 상승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전국적으로 개발 호재를 쏟아 내었으니 땅값인들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충남지역의 땅값 상승률은 145.8%에 이른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같은 기간 중 86.1% 상승한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에 대해서는 무차별 융단폭격을 가한 정부가 지방의 땅값 상승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물론 지금 보는 대로 전국적인 땅값 상승이다.
엄청난 땅값 상승에 비해 이미 이뤘거나 앞으로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생산성이 지방보다 훨씬 높다는 실증분석 결과는 생각보다 많다. 생산성이 높은 지역에서 자본과 노동을 빼내 생산성이 낮은 지역으로 보내면 성장잠재력은 당연히 떨어진다. 현재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미래이다. 각종 개발을 하는 데 가장 많이 들어가는 요소는 토지 비용이다. 수도권에 도로를 건설하는 경우 건설비의 거의 대부분이 토지 비용일 정도이다. 나라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산의 터전인 토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효과도 없는 개발 계획을 남발하여 전국의 땅값을 올려놓은 것의 폐해가 장차 어떻게 나타날지는 명약관화하다.
한번 올라간 땅값을 원상 복귀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으며 현재 가능한 방법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뿐이다. 부적절한 개발 계획은 폐기하고 우선순위를 다시 따져 우선순위가 높은 부문부터 개발하되 개발 속도를 지금보다 훨씬 더 늦춰야 한다. 그런데 임기 말에 2단계 균형발전계획을 짜겠다는 정부에 이를 기대할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서승환 연세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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