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평생 친구… 매일 좋은 벗 하나씩 만나는 기분”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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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대한민국’ 단행본 출간… 독자 4人좌담▼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키케로) 현자의 말씀이 아니라도 안다. 독서는 소중하다. 책은 마음을 살찌우는 보고(寶庫)다. 그러나 시간이 모자란다. 직장인은 더하다. 잦은 회식과 야근…. 몸이 축나는데 책 볼 틈이 없다. 바쁜 직장생활, 독서는 정말 사치일까. 여기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3명의 직장인을 16일 만났다. SK텔레콤 신규사업전략팀 김윤경(37) 매니저, 동양종합금융증권 해외사업팀의 이승권(33) 대리, 신세계백화점 고객서비스팀 마진주(26) 씨. 진행은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구본형 소장이 맡았다. 구 소장은 본보 연중기획시리즈 ‘책 읽는 대한민국’의 필진 중 한 사람. ‘책 읽는 대한민국’ 시리즈는 최근 ‘직장인 필독서’(1권) ‘리더십을 위한 책’(2권) 등 책으로 나왔다. 앞으로도 이 시리즈는 계속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

○책은 보는 게 아니라 읽는 것 구본형=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모두 ‘책벌레’라니 반갑다.(웃음) 평소 책을 어떻게 읽는가.

이승권=직장인이면 한 번쯤 겪는 순간이 있다. 내가 일에 중독된 건 아닌가. 몇 년간 같은 업무만 했더니 소모된다는 느낌이 들고. 그때 다시 책을 들었다. 시간을 쪼개 고시 공부하듯 읽었다. 나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전투적인 노력이었다.

김윤경=사내 정보자료실 추천으로 오늘 나오게 됐다. 올해 190권을 빌렸더라. 정말 책이 좋다. 이틀에 한 권씩은 읽는다. 나에게 ‘필요한’ 책을 읽는 편이다. 글로벌 기업이나 신흥 경제시장을 다룬 책, 최고경영자(CEO) 자서전을 즐겨 읽는다.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녀교육 서적도 많이 본다. 직장인 필독서에 나온 ‘감성리더십’도 인상 깊게 읽었다.

마진주=따로 시간을 내기보다 출퇴근 시간에 짬짬이 본다. 올해 읽은 책은 26권이다. 업무와 관련된 책은 1권이었고…. 책 읽기 스타일은 ‘현실도피형’이다. 소설을 많이 읽는데 일본 소설을 좋아한다.

구=소설을 보는 것도 좋다. 경제경영서가 직장인을 실용적으로 만드는 건 아니다. 문학이 가진 창의성이 오히려 직장인에게 도움이 된다. 삶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한 분야에서 배울 수 있다. 책 읽는 대한민국 시리즈 역시 앞으로 나올 책은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다.

김=어떤 분야든 책을 어떻게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지가 중요하다. 책을 읽고 나면 정리하는 습관이 도움이 많이 됐다. 직장생활하면서 30권 정도 요약 노트를 만들었다.

○독서는 직장생활을 윤택하게 한다

구=책은 1만∼2만 원을 들여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다. 다양한 발명품이 나오지만 책이 최고의 발명품이라 생각한다.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직장인도 있다. 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

김=요즘 운동 붐이다. 매일 빼먹지 않고 열심히 한다. 그런데 독서는 ‘어쩌다 시간 나면’ 한다. 책은 정신의 근육을 만들어 준다. 눈에 안 보인다고 방치하면 군살 찌고 몸이 나빠지는 것처럼 책도 꾸준히 읽어야 한다.

이=다독(多讀)이 중요한 건 아니다. 한두 권이라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공부할 때 줄 긋고 외우고 여러 번 봐서 내 것으로 만들지 않는가. 독서는 아무리 바빠도 해야 하는 인생의 시험공부다.

마=책을 읽고 정리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직장인들의 독서습관’에서 본건데 포스트잇 활용도 추천할 만하다. 책 속의 유용한 정보는 포스트잇에 정리해 책갈피에 끼워 둔다.

구=책에서 배운 것을 실생활에 적용해 본 적은 있는지.

이=책은 삶과 떨어져 있지 않다. 모든 게 다 연결된다. 책을 읽는 데 목적의식을 가지는 건 좋지 않지만 모든 책은 언젠가 써먹을 수 있었다.

김=자녀교육 서적은 금방 적용이 되더라. 초보엄마 시절 큰 도움이 됐다. 해외영업에도 독서 덕을 본 적이 있다. 중국 담당할 때 중국 관련 서적에서 본 걸 언급했더니 파트너가 친밀감을 많이 느껴 일이 쉽게 풀렸다. ‘상사를 해고하라’란 책도 생각난다. 제목과 반대로 상사의 처지가 잘 설명돼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됐다.

구=사내에서 책이 자기계발은 물론 업무에도 긍정적 도구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란다. 쉬는 시간을 활용하거나 업무 시간이라도 관련 책을 보는 건 권장해야 한다.

○책은 좋은 동료이자 삶의 동반자

마=입사 3년차다. 본사로 옮기면서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사회 초년병에게 권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이=특정 책보다 전략적인 책 읽기를 권하고 싶다. 꼭 경제경영서나 처세술 관련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구=직장인으로서 여러분에게 책은 무엇인가.

김=책은 정신적 지주이다. 나를 바로 서게 하고 돌아보게 하고 미래를 설계하게 해 준다.

마=책은 앉아서 세상과 만나는 마법과도 같다. 직장생활에 도움을 주는 나침반이자 힘든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떠나는 여행이다. 눈을 뜬 채 꿈을 꿀 수 있게 해 준다.

이=좋은 동료이자 선배다.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단순히 지식만 주는 게 아니다. 책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구=사람 사귀듯 책과 사귀어 보라.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없듯 자신에게 맞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잘못 고른 책은 독이 되기도 한다. 책과 공감할 때 그 책은 가치를 발휘한다. 공자는 “책을 읽으며 생각지 않으면 위험에 빠진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직장인 필독서’ 등은 직장인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좋은 친구를 소개해 주니까.

정리=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침의 화제 ‘책 읽는 대한민국’▼

“책속에 미래가 있다” 독서 길잡이 역할
미래학 등 2년간 18개 테마 540권 소개

“상쾌한 아침에 퍼지는 책의 향기가 품 안으로.”

본보 연중기획 시리즈 ‘책 읽는 대한민국’이 드디어 책으로 나왔다. 시리즈 가운데 지난해 연재된 내용의 일부를 모은 ‘직장인 필독서’(1권)와 ‘리더십을 위한 책’(2권)이 1일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시중에 기사나 칼럼을 모은 책들이 많지만 책 읽는 대한민국은 각별하다. 출발한 지 2년이 넘은 대장정이었기 때문이다. 2005년 4월 1일 ‘서울대 권장 도서 100권’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8개 주제, 540여 권의 책을 소개했다.

첫 문을 연 2권은 직장인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바쁜 직장인일수록 책이 가지는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구본형 소장은 “아침에 얻는 책 정보도 좋지만 단행본으로 묶이면 좋은 지표이자 안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 2권에 이어 올해는 지난해 연재한 시리즈를 정리한 1차 본이 모두 8권까지 나온다. 다음 달 중순에는 ‘세계화 이해하기’ ‘흥미진진한 역사 읽기’ ‘자녀 교육 필독서’(가제)가 함께 출간된다. ‘자연의 향기 속으로’ ‘남자 들여다보기’ ‘인생 후반전 대비하기’ 등은 10월경 나올 예정이다.

책 읽는 대한민국의 올해 주제는 흥미와 교양의 조화와 인간과 문화 예술에 대한 통찰. ‘미래학 20선’ ‘자서전 30선’ ‘문화예술 답사기 30선’ ‘건축 이야기 20선’ 등이 이어졌다. 현재 올해의 다섯 번째 주제 ‘추리소설 20선’을 연재하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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