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법원장은 평소 우리 사회에서 부패 관행이 온존하는 것은 판사들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공무원 뇌물, 정치인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기업 임직원의 횡령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법관의 양형(量刑)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력자(有力者)들은 구속될 때만 요란하지 얼마 안 가 보석 집행유예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사면복권을 받기 일쑤다.
이 대법원장은 ‘신동아’ 1월호 인터뷰에서도 “1억 원어치 물건을 절도한 사람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판사는 아무도 없다”면서 “그런데 200억∼300억 원 횡령한 기업 임원을 집행유예 판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사건 판결은 전관예우의 의심을 받을 만하다. 피고인의 변호인 5명이 재판장과 고교 동문 또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재판부는 286억 원 횡령 및 수백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기소된 11명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전원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법관의 독립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일부 법관이 독립성의 우산 밑에서 전관예우와 유전무죄의 관행에 안주(安住)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국민이 법원의 양형을 신뢰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부패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사법부가 엄정한 판결을 통해 투명 사회 확립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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