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갑성/부동산, 거품은 잡고 景氣는 살려야

  • 입력 2005년 9월 5일 03시 02분


‘8·31 부동산 대책’은 관련 세금의 대폭 강화를 통한 투기수요의 차단과 개발이익의 환수, 공급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오랜 기간 고심 끝에 대책을 마련한 정부는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부동산 대책보다 강력한 역작”이라며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세금 부담과 서울 송파구 거여신도시 건설 예정 지역의 가격 급등 조짐, 경기침체 장기화, 가구별 합산과세의 위헌 논란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정부 당국자의 말처럼 “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8·31대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며 부동산 경기를 꺾지 않으면서 부동산 거품을 빼려면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을 것이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은 ‘세금폭탄’이라 불릴 만큼 강화됐다. 사실 주택을 팔 때 매입가격보다 올라서 자산소득이 발생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양도소득세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비싼 집에 대해 높은 보유세를 매기는 것도 옳다. 수억 원짜리 집에 대한 보유세가 자동차세 수준이어서는 ‘조세정의’란 말이 무색해진다.

문제는 사회 분위기다. 세금이 죄인에게 벌금을 매기는 것 같은 형국이라면 곤란하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사회적으로 칭찬 받아야 하는 일이지 지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생애 최초의 주택 구입에 혜택을 많이 주고, 1가구 2주택에 중과세를 한다면 실수요자들은 큰 집을 장만할 수 있는 시점까지 주택 구입을 미루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소형주택 가격은 내리겠지만 전세 수요는 증가해 전세금이 오를 수 있다. 결국 집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만 어려워지게 된다.

각종 세금의 강화는 자칫 그만큼 전세금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 경우 부담은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추석이 지나면 이사철인데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부분이다.

동일한 과세 대상에 대해 재산세와 종부세로 나누어 이중으로 부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못 된다. 재산세의 누진세율을 높이고 그 일부를 국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부세의 부과 대상 기준을 6억 원 이상의 주택 소유자로 설정한 것에도 논란의 여지는 많다.

8·31대책에 그동안 정부가 등한히 해 온 ‘공급 확대’ 방안이 들어간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기존의 시가지 정비와 재건축을 통해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공영개발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민간을 경쟁에서 인위적으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이 두어 개 있다.

첫째, 부동산 투기는 잡아야 하지만 주택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부동산은 분명히 투자 상품 중 하나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자본주의를 부인하는 것과 같다. 불법적 투기는 법으로 제재하면 된다. 단기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하락은 금리조정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시장을 올바로 안정시키려면 부동산 거래를 막지 말아야 한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곪으며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등록·취득세 등 거래세를 크게 낮춰야 한다. 또 모기지론 제도의 조기 정착과 부동산투자펀드의 활성화 등 부동산금융의 선진화도 서둘러야 한다. 부동산 거래의 투명화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제거해야 거래가 활성화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법제화하기 위해 국회에서의 논의도 필요하고, 기술적인 연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헌법보다 바꾸기 어려운 부동산 제도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세금을 부담할 대한민국 국민의 2%도 공감할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김갑성 연세대 교수·도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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