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독재 항거 자살 故김상진씨…서울대 명예졸업장 수여

  • 입력 2002년 2월 21일 18시 27분


1975년 유신독재에 항거하는 집회 도중 할복자살한 김상진(金相眞·당시 26세·서울대 농대 축산과 4년)씨가 26일 서울대 졸업식에서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서울대는 “김씨는 지난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공식 인정을 받은 데다 그의 죽음이 훗날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이 인정돼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서울대가 민주화운동 관련자에게 명예졸업장을 주는 것은 지난해 고 박종철(朴鍾哲)씨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대의 이번 결정은 ‘김상진 기념사업회’(회장 안종건·安鍾健)가 지난해 말 이 대학 농업생명과학대에 김씨의 명예졸업장 수여를 신청하고 농생대가 이를 수용해 대학 본부에 추천한 데 따른 것이다.

민주화투쟁 학생운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던진 최초의 인물로 기록되고 있는 김씨는 유신체제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75년 4월 11일 경기 수원의 농대 캠퍼스에서 유신헌법의 폭력성과 비민주성을 외치며 할복자살했다.

그의 죽음은 한달여 뒤인 5월 22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면서 체제에 대한 어떤 형태의 반대 의견 표시나 행동도 금지하는 ‘긴급조치 9호’에 일격을 가하는 불씨가 됐다. 김씨는 이런 공로가 인정돼 지난해 1월 국무총리 산하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공식 인정됐다.

한편 뒤늦게나마 아들이 명예졸업장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김씨의 노모 박재연(朴載娟·85)씨는 기쁨과 함께 밀려드는 한스러움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어미의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을 풀어준 학교측에 감사할 따름”이라며 “하루 빨리 졸업장을 받아 벽제공원묘지에 묻힌 상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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