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위암 말기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경호업무를 무사히 수행한 뒤 올 1월 숨진 장기택(張基澤) 전 서울 강남경찰서장의 딸 주연(珠然·24·연세대 법학과 3년)씨가 4일 발표된 43회 사법시험 2차에 합격했다.
장 전 서장의 1남 2녀 중 장녀인 주연씨는 21일 마지막 관문인 3차 면접시험을 남겨 두고 있다.
“삼우제를 마친 뒤 슬픔을 억누르며 바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으로 돌아갔어요. 하지만 2개월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더군요.”
1997년 고려대 통계학과에 입학해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주연씨는 ‘사회정의를 세우는 일을 해 보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99년 연세대 법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사시 1차에 합격한 게 지난해 5월. 하지만 바로 다음달 아버지가 위암 판정을 받자 주연씨는 ‘아버지 병 간호가 우선’이라며 2차 준비를 포기했었다.
“아빠에게 크게 혼났습니다. ‘엄마가 계시니 너는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당부 말씀에 눈물을 머금고 신림동 고시촌으로 향했죠.”
남편과 같이 경찰관이었던 어머니 김영숙(金英淑·49)씨는 “법대를 졸업한 뒤 검사가 되고 싶어했던 아빠의 꿈을 딸아이가 실현시켜 줘 대견스럽다”며 “아버지를 닮아 강직한 법조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주연씨는 “앞으로 법조계에 입문하면 마약 분야를 담당하는 검사가 돼 청소년의 마약 문제를 다루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