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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18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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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잘 다루게 됐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수학과목까지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기 때문.
일주일에 한시간인 주별 수업이 있는 17일 오후 2시. 다른 학교 친구들보다 한시간 빨리 수업이 끝나자마자 곧장 집으로 달려가 30분 뒤에 시작하는 수학수업을 준비한다.
컴퓨터를 켜고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등교하기’를 클릭하면 6학년 4반의 ‘인터넷 교실’이 열린다.
김군은 헤드폰을 통해 나오는 담임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볼륨을 조정하거나 화면상태를 점검한다.
수업시작.
오프라인의 칠판인 듯 화면 속에서 선생님의 전자펜이 움직이며 목소리와 함께 ‘빨간줄’이 그어진다.
“자, 이 부분의 면적을 구하려면 반대쪽을 살펴보는 게 핵심이에요, 알겠죠.”
이 학교 4∼6학년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시간씩 재택 온라인 수업을 받고 한달중 지정된 토요일 하루는 아예 학교에 나오지 않고 종일 재택수업을 받는다.
교사들은 매주 회의를 거쳐 온라인 수업교재 내용을 정하고 컴퓨터를 통해 동영상이나 음성까지 넣어 직접 편집한 뒤 각 반별 ‘인터넷 교실’에 띄워 놓는다.
1∼3학년 학생들은 아직 이런 수업을 받지 않지만 학교 홈페이지에서 학급신문을 만들거나 가정통신문을 보는 등 기초적인 정보화 교육을 받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교육정보화 시범학교로 지정받아 GVA(Global Virtual Academy) 서버를 구축해 각 학생 가정과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완성, 지난해 11월부터 부분적으로 온라인 재택수업을 시작했다.
몇 개월에 걸쳐 교육을 담당할 교사 전문연수와 학부모 교육도 마쳤다.
처음에는 ‘가정통신문이야 간단하게 종이로 보내주면 되지 복잡하게 인터넷을 활용하느냐’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가 컴퓨터를 잘 다뤄야 아이들도 따라서 배운다’며 학부모를 설득했다. 지난해 4월부터 3개월 과정으로 ‘학부모 연수’도 실시했다.
컴퓨터 보급률과 초고속통신망 가입률도 꾸준히 올라 현재 4∼6학년 학생들은 100% 컴퓨터를 갖고 있다.
초고속통신망도 95.5%나 가입돼 있어 인터넷 재택 교육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학교측은 인터넷 수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경시대회를 마련하고 있다.
학생과 부모가 함께하는 ‘인터넷 가족신문 만들기 대회’, 학년별로 컴퓨터 운영부분을 측정해 교장명의의 인증서를 발급하는 ‘학년별 정보소양 인증제’, 월1회 전교생이 참여하는 ‘한글타자 급수제’, 파워포인트를 기본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프리젠테이션 대회’ 등 10여가지의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이 학교 정헌모 교장은 “실시간으로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 상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일 것”이라며 “내실있는 프로그램 개발로 정보화 교육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긴장 못 늦춰요"▼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제가 더 재미있어요.”
한수초등학교 6학년 4반 담임 남은정 교사(26·오른쪽)는 “정보화 교육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주일에 한번, 그리고 매월 하루씩 잡혀있는 전일 재택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2, 3일은 꼬박 매달려야 한다.
이전에는 잘 다루지 못했던 나모웹이나 파워포인트도 지난해 익혀 수업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그는 “얼굴을 맞댄 수업도 좋지만 아이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수업할 때는 더욱 흥미를 느낀다”며 “갈수록 아이들의 수준이 높아져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방학 중에 아이들에게 ‘긴급’을 띄워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만든 ‘역사신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아이들마다 마음에 드는 역사인물을 정하게 하고 인터넷을 통해 활약상, 발언내용, 업적, 저서 등을 확인케 한 뒤 저마다 ‘이순신이 PC방에 갔다면’ ‘허준이 드라마 허준을 본다면’ 등 상황을 가정해 인터넷 신문을 만들게 했던 것.
남 교사는 “아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교와 학생 학부모의 이해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