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출판]베스트셀러 동화작가 황선미씨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33분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동화작가를 꼽으라면 단연 황선미씨(38)일 것이다. 국내 창작동화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의 ‘나쁜 어린이표’(웅진닷컴)는 1999년 12월 출간 이래 8만부가 팔린 어린이 책 분야의 스테디셀러. 국내 창작동화로서는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여름에 출간된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은 약 3만부, 역시 지난해 나온 ‘목걸이 열쇠’(시공주니어)는 약 7000부가 나갔다. 그의 작품은 골고루 잘 나간다.

그의 작품이 이렇게 잘 나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의 동화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이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는 점’을 첫째로 꼽을 것이다.

“아이들의 현실, 아이들의 문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동화가 꼭 아름다워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아이들도 살아간다는 것이 만만치 않음을 느껴요. 현실의 각박함, 이별의 슬픔, 심지어는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말이죠. 그것을 감추지 말고 보여주어야 해요. 아이들이 제 동화를 읽고 ‘바로 내 이야기구나’ 하고 느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혹 이런 것이 인기의 비결은 아닐른지….”

‘나쁜 어린이표’는 아이들의 학교 생활의 명암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고, ‘목걸이열쇠’는 맞벌이 부모님을 둔 아이의 외로움을 다룬 작품이다.이외에도 아빠의 실직, 왕따시키는 친구 등 아이들의 현실이 자주 등장한다. 모두 아이들이 처한 현실, 바로 ‘내 이야기’다.그래서인지 황씨는 “동화도 결국 삶의 이야기여야 한다”고 재삼 강조한다.

반면, ‘마당을 나온 암탉’은 다소 철학적이다. 알을 품어 병아리를 탄생시키겠다는 꿈을 지닌 채 양계장을 나온 암탉. 그 암탉의 자유를 향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동화는 ‘나는 누구이고, 생명과 자연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케 하는 철학적인 동화다. 아이들에게 다소간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뒤엎고 인기를 얻고 있다. 어른들에게도 인기다. 이 작품은 또권정생의 ‘몽실언니’를 잇는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황씨의 동화 창작 이력은 그리 길지 않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나왔으나 서른두살이던 1995년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7년도 채 못되어 인기 동화작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광주에 살고 있는 그는 초등학교 3, 5학년 짜리 두 아들을 둔 엄마. 아이들이 툭툭 내던지는 말에 특히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아이들의 언어 속에 아이들의 현실이 담겨 있다는 생각에서다.

아이들이 어느날 엄마에게 이렇게 질문을 했다. “엄마는 왜 해리포터 같은 것은 안 쓰시나요? 엄마도 판타지를 써서 수출할 수 없나요?”

황씨의 대답.

“엄마도 그러고 싶긴 한데….”

그때 그는 좀 머쓱했지만 그런 꿈이 머지않아 실현될 지도 모른다. 출판사측이 ‘마당을 나온 암탉’을 수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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