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來韓 무라카미 류 기자간담회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8시 36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村上龍·48)가 내한해 16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신작소설 ‘공생충’(共生蟲·웅진닷컴)에 대해 설명하던 그는 불쑥 “오에 겐자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는 난 크게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여년간 소설로 사회적 이슈와 대면해 온 그의 촉수는 ‘공생충’에서도 동시대의 사회 병리현상에 닿아 있다. 일본 사회문제인 중고생의 ‘부등교(不登校)’와 자폐증을 인터넷의 익명성과 연결시킨 작품.

중2 때부터 담임선생님의 머릿기름 냄새가 싫어 등교를 거부하고 아파트에서 은둔하는 소년이 주인공이다. 그가 ‘죽은 할아버지 코에서 실 같은 벌레(공생충)가 나와 자기 눈속으로 들어간 경험’을 인터넷을 통해 고백하자 모종의 집단으로부터 메시지가 날라온다. ‘공생충은 살육의 권리를 위임받은 자에게 들어온 기생충이다.’ 소년은 아버지를 살해한 뒤 ‘권리’ 행사를 위해 집을 떠난다.

소설에 묘사된 ‘일본식’ 폭력은 사이버공간의 집단 살상처럼 비현실적으로 읽힌다. 음모가 횡행하는 인터넷은 ‘한 인간의 영혼까지도 지배할 수 있는 무기’로 그려진다.

“자폐인을 만날 수 없어 머리로만 썼다”고 하지만 재미와 구성이 빼어나다. 스페인에 멸망 당한 아즈텍 문명에 관한 실화까지 동원됐다.

1977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이후 30여편의 작품을 쓴 그는 현재 인터넷에 3편을 연재 중. 이탈리아에서 활약중인 일본 축구선수 나카다를 모델로 쓰는 축구 소설도 있다. 경제통인 그는 온라인 경제 잡지 ‘저팬 메일 미디어’ 편집장도 맡고 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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