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초등교 탁구부 코치는 '해군 아저씨'

  • 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작은 섬마을의 초등학교 탁구부가 해군 장병의 지도를 받아가며 땀을 흘린 끝에 창단 2년만에 전국규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제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전탐감시대에 근무하는 김기철병장(25·사진)은 지난해 6월 욕지도에 배치된 뒤 원량초등학교 탁구부 임시코치를 맡았다. 대학 시절 경남도 대표로 전국 체전에 3년간 출전했던 김병장은 부대장의 배려로 전교생이 100명 남짓한 이 학교의 탁구부를 지도하게 되었던 것. 97년 결성된 이 학교 탁구부는 탁구대 3개를 갖고 김병장과 함께 땀을 흘린 지 한달여만인 지난해 7월 교보생명컵 전국 남녀 탁구대회에서 4학년 김기남군이 단식우승을 차지하고 지난달 열린 전국소년체전 경남도 평가전에서 단체전 준우승의 성과를 거뒀다.

취미활동 수준에서 시작한 섬마을 탁구부가 이처럼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자 욕지도 주민들도 후원회를 결성하는 등 탁구팀은 아주 자연스럽게 애향심의 구심점 노릇까지 하게 됐다.

이 학교 탁구부의 정원준군(5학년)은 “코치 선생님 덕분에 탁구를 잘치는 해군 형들과 자주 시범경기를 가져 실력이 부쩍 늘었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섬마을 탁구선수들은 24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전국 초등학교 회장기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한가지 걱정이 있다. 김병장이 10월이면 제대하기 때문이다.

김병장은 “어린이들에게 탁구를 가르치며 꿈과 용기를 준 것은 물론 내 스스로도 군생활에 활력을 찾아 보람을 느낀다”며 “나를 대신해 이들과 함께 할 사람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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