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익숙한 것…’‘낯선 곳에서의 아침’(99년)이 샐러리맨 개개인의 자기혁명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면 이번 책은 기업의 ‘내적 경영 혁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타겟 독자는 물론 ‘혁명’을 결심해야 할 최고경영자들이다.
목표점은 ‘세계표준(World Wide Standard)에 걸맞는 기업’ 만들기. 그 목표를 향해 출발해야 할 자신의 기업이 어느 수준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로 미국의 대표적 경영품질 기준인 ‘볼드리지(Baldrige) 모델’을 제시했다.
-왜 한국 기업의 경영혁명을 얘기하게 됐는가?
“더 이상 한국이라는 배타적인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안에서 잘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미국이든 어디든 세계의 어떤 룰을 적용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시기적으로 왜 지금인가?
“벤처나 인터넷기업의 성공신화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는 새로운 경제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다 벤처가 될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기존의 제조업체가 어떤 식으로 변화와 개혁을 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닷컴(.com)으로 명칭을 바꾸는 껍데기의 변형만 갖고는 성공할 수 없다. 내적인 체질변화가 필요하다.”
볼드리지 모델은 80년대 일본기업들에 밀리던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고안된 혁신안. 미국 정부는 89년 이래 매년 최우수기업에 상을 주며 이 모델로의 변화를 독려했다. 화려한 수상기업 명단에서 메릴린치, AT&T, 페더럴 익스프레스, 모토롤라, 보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볼드리지 모델을 설명하는 이론서는 한국에도 이미 여러종 나와 있지만 구씨는 에세이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문체로 ‘장점은 정교함이고 단점은 복잡함’인 이 모델을 풀어 설명했다. 91년∼ 96년 IBM의 자체 볼드리지 평가관으로 아시아지역 IBM의 경영상태를 진단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볼드리지 모델이 제시하는 7가지 경영기준은 ‘리더십’‘전략기획’‘시장과 고객’‘정보와 분석’‘인적 자원’‘프로세스 관리’ ‘경영성과’다. 책의 제1장에서 ‘한국 기업은 이 중 절반밖에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
“한국기업에는 정보와 분석, 전략기획, 프로세스 관리가 결여돼 있다. 역시 문제의 근원은 ‘정보’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정보란 경쟁사의 동향파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과 고객의 요구, 내 기업의 장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 모두 정보다. 정보가 없으니 당연히 전략적 기획도 나올 수 없다. ”
-왜 볼드리지 모델을 강조하는가?
“고객중심의 원칙 때문이다. 시장에서 패배하지 않으려면 시장이 원하는 것,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 좋은 경영이란 ‘고객을 돕는 경영’이다. ”
그는 최근 20년간 몸담았던 한국IBM을 떠나 1인 경영연구소를 차렸다. 자신의 책 제목대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고한 것이다. 어떻게 지낼 것인가를 묻자 “글 쓰고 읽는 일, 강의, 컨설팅을 각각 3등분해서 시간을 투자하겠다” 고 밝혔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