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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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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와 정열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와 지적인 이미지로 스크린을 수놓았던 그는 60년대 ‘오발탄’ ‘귀로’ ‘만추’ 등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의 영화인생은 한때 부부의 연을 맺었던 고 이만희 감독과의 인연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감독과 만나기 전 10여년간 내성적인 순응형 연기를 보여온 그는 64년 ‘마의 계단’을 비롯해 ‘7인의 여포로’ 등 이감독의 영화에서 자아실현에 적극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며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특히 이감독의 대표작 ‘만추’에서 연기한 여주인공 혜림은 회한과 기다림, 애수의 이미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만추’의 필름이 자취를 감춰버린 데 이어 감독과 여주인공마저 세상을 떠나버려 ‘만추’는 그야말로 ‘기록 속의 명작’이 돼버렸다.
고인은 평안북도 출신으로 보성여학교에 다니던 17세 때 연극 ‘왕자호동’의 시녀 역 오디션에 응모해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 해방 후 영화제작자 장일씨와 결혼하면서 무대를 떠났으나 52년 신상옥 감독의 ‘악야’로 영화에 데뷔했다. 탤런트 양택조씨의 어머니이자 북한 인민배우인 문정복씨가 그의 언니. 유족으로는 외아들 장민기씨(46)가 있다. 빈소 서울 강남성모병원, 발인 4일 오전11시. 02-590-2557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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