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뇌물신고 특진제

  • 입력 1999년 1월 25일 19시 16분


공직자의 부패는 예나 지금이나 나라의 골칫거리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뇌물방지책에 관한 상소문이 수백건이나 올라 있어 조선왕조가 뇌물문제로 무척 고심했음을 나타낸다. 영조실록에는 관리들이 거둬들이는 뇌물이 봉록(俸祿)의 10배나 된다고 기록돼 있다. 뇌물죄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측면 때문에 적발해 내기가 쉽지 않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별의별 아이디어를 짜내 시행해 봤지만 신통한 수는 없었다.

▽고려시대에는 양리(良吏), 조선시대에는 염근리(廉謹吏) 또는 청백리(淸白吏)라 하여 공직자의 귀감으로 삼는 제도가 있었다. 조선시대의 경우 여기에 선발되면 승진시키거나 봉급을 올려주고 이미 죽은 뒤에 뽑히면 자손에게 특전을 주었다. 이런 제도는 말할 나위 없이 재물을 탐하는 공직풍토를 바꾸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풍토가 나아졌다는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청이 뇌물공여 사실을 신고하는 경찰관에게 승진특혜를 주는 제도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첫 케이스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시민이 1백만원짜리 수표 한장을 건네려다 걸려 들었다. 1백만원짜리에 대한 가산점수에다 구속될 경우 추가점수를 받게 돼 신고 경찰관의 승진은 떼어논 당상이라고 한다. 경찰관에게 아예 뇌물을 건네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국민을 갖고 노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불쾌하다.

▽과거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으나 소리없이 사라져버린 기억이 있다. 고육책(苦肉策)으로 보이지만 부작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눈치 빠른 경찰관만 좋은 시절을 만난 격이 될 수 있다. 현장상황에 따라 뇌물을 챙길 것인가, 뇌물공여자로 적발해 승진점수를 높일 것인가가 전적으로 경찰관에 달려서는 곤란하다.

육정수<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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