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체포에 ‘극초단파 무기’ 사용 가능성 낮아”… 습한 곳에서 효과 떨어져

  • 주간동아
  • 입력 2026년 1월 25일 08시 04분


미국 한 해 국방예산 1000조 원이 ‘꿈의 작전’ 가능케 해

미국 극초단파 무기 ADS. 미국 육군 제공
미국 극초단파 무기 ADS. 미국 육군 제공
미국이 특수부대를 동원해 베네수엘라 수도 한복판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 압송한 ‘확고한 결의 작전’이 끝난 지 3주가 넘었다. 이번 작전이 국제사회에 끼친 파장이 큰 만큼 주요 외신은 어떻게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군사작전이 가능했는지 분석하는 기사를 계속 쏟아내고 있다.

군사 전문가 사이에서 이 작전은 전쟁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엄청난 성공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베네수엘라군은 말 그대로 마비 상태였고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베네수엘라 측은 쿠바에서 파견된 최정예 경호 요원 32명을 포함해 100여 명이 사망한 데 반해, 미군은 부상자만 7명 발생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번 작전에서 미군은 할리우드 영화 속 주인공처럼 화려한 전투 기술을 뽐내며 일당백으로 베네수엘라군을 쓰러뜨렸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no)’다.

베네수엘라 100명 사망, 미국 7명 부상
미국이 그야말로 일방적인 작전으로 마두로를 체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돈’과 ‘자원’이다. 당장 마두로를 생포한 델타포스는 대원 1명을 키우는 데 1000만 달러(약 147억 원) 넘게 드는 고가치 자산이다. 이들을 싣고 작전 지역을 오간 특수전용 헬기도 일반 모델보다 훨씬 비싸다. 이 헬기가 마음 놓고 베네수엘라 상공을 휘젓고 다닐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 해공군 자원 또한 항공모함부터 전투기, 미사일까지 모든 것이 돈이다.

1월 3일(현지 시간) 미군에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 해군 강습상륙함 이오지마에 실려 미국으로 이송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계정
1월 3일(현지 시간) 미군에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 해군 강습상륙함 이오지마에 실려 미국으로 이송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계정
가령 작전 당시 카리브해에 있던 제럴드 R. 포드 항모는 선체 가격만 133억 달러(약 19조6000억 원)다. 여기에 탑재된 50여 대 함재기는 어림잡아 70억 달러(약 10조3000억 원)어치다. 특수부대 발진 거점으로 쓰인 강습상륙함 이오지마는 30년 전 취역 당시 가격이 1조1300억 원에 달했다. 이들 항모와 강습상륙함을 호위한 이지스함 10여 척은 척당 2조 원이다. 푸에르토리코 등 주변 지역에 전진 배치된 100여 대 전투기와 전자전기, 공중급유기의 가치를 합하면 수십조 원에 이른다. 마두로를 직접 체포한 특수부대 요원 수는 20명 남짓이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데 수만 명 병력은 물론, 미국이 그간 천문학 비용을 들여 건설한 군사력이 동원된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군사작전이 가능한 나라는 오직 미국뿐이다.

마두로, 美 작전 용이한 군사기지로 도피
미국 RQ-170 스텔스 무인 정찰기. 에어크래프트스팟 X(옛 트위터) 계정
미국 RQ-170 스텔스 무인 정찰기. 에어크래프트스팟 X(옛 트위터) 계정
‘확고한 결의 작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시각은 1월 2일 22시 46분(이하 현지 시간)이지만, 미국은 그 전부터 작전 개시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미국은 인간정보 자산과 도감청 장비, 정찰기 등을 이용해 당일 낮부터 마두로의 일거수일투족을 분 단위로 파악하고 있었다. 베네수엘라 내부에 협력자를 심는 것부터 위성, 정찰기 등으로 베네수엘라군 동태를 파악하는 것까지 모두 막대한 자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 등 정보기관에 책정된 예산은 지난해 1016억 달러(약 150조 원)에 이르렀다.

마두로는 체포된 날 저녁 카라카스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중국 측 인사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이반 힐 외무장관 등 베네수엘라 고위 인사가 동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란후 주베네수엘라 중국대사, 류보 중국 외교부 중남미·카리브해 국장 등이 나왔다. 미라플로레스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겸한다. 평소라면 마두로는 중국 대표단과 만난 후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두로는 이날 밤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을 빠져나와 남쪽으로 약 6㎞ 떨어진 티우나 기지로 향했다.

베네수엘라 최대 군사시설 중 하나인 티우나에는 베네수엘라 국방부와 육군사령부가 있다. 그만큼 이곳은 전차와 장갑차, 지대공미사일로 무장한 부대가 대거 배치된 요새다. 마두로 딴에는 시내 한복판 대통령궁보다 군부대가 더 안전하다고 느꼈을 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마두로가 티우나 기지로 향한 것은 패착이었다. 당시 카라카스 상공에는 미국 RQ-170 스텔스 무인 정찰기가 비행하며 마두로의 움직임을 실시간 추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 입장에서 마두로가 티우나 기지로 이동한 것은 체포에 더할 나위 없는 호기였다.

사실 1월 2일 저녁부터 푸에르토리코와 베네수엘라 사이 국제 공역에선 미 공군 KC-135R 공중급유기들이 선회 비행하고 있었다. 항공기 위치를 공개된 주파수로 실시간 송출하는 ADS-B 장치를 켠 채였다. 베네수엘라 측도 미군 공중급유기가 카리브해를 선회 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공중급유기가 선회 비행한다는 것은 해당 공역에서 다른 군용기에 공중급유를 하고 있음을 뜻한다. 레이더 스크린에 공중급유기 말고 다른 항공기가 탐지되지 않았다면 급유 받는 항공기를 스텔스 전투기로 의심해 대응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마두로 체포 당일 베네수엘라군과 경호당국은 심각할 정도로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미군은 그야말로 대놓고 움직였다. 미국 스텔스기가 베네수엘라 자국 영공 근처에서 비행하는 것으로 의심됐다면 베네수엘라군은 즉각 전투기를 출격하고 방공부대에도 비상 경계령을 내려야 했다. 동시에 경호당국도 마두로를 안전 지역으로 대피시켜야 했다. 베네수엘라에서 미군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곳으로는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10분 거리인 중국대사관을 꼽을 수 있다.

파나마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는 1989년 12월 미군이 공격해오자 자국 내 교황청대사관으로 대피했다. 당시 미국은 교황청에 노리에가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며 대사관 주변을 중무장 병력으로 포위했다. 노리에가는 2주 동안 대사관에 숨어 있다가 결국 제 발로 나와 체포됐다. 만약 마두로가 대통령궁에서 중국 대표단을 만난 뒤 함께 중국대사관으로 갔다면 1월 3일 새벽에 체포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마두로가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떠나지 않았어도 미군의 체포 작전은 어려웠을 테다. 미라플로레스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해 인근에 민간인 거주지가 있다. 만약 미군이 여기서 마두로 체포 작전을 감행했다면 적잖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베네수엘라 방공 자산 먹통
이유야 어찌됐든 베네수엘라군은 미군 공격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전투기를 띄우거나 지대공미사일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일방적인 난타였다. 베네수엘라군에는 미국 F-22 스텔스 전투기도 500㎞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다던 중국제 JY-27A 레이더 등 방공 자산이 여럿 있다. 하지만 미군이 작전을 펼치는 와중에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JY-27A와 러시아제 S-300VM 장거리 방공시스템, 부크(Buk)-M2E 중거리 방공시스템은 전원조차 켜지지 않았다. 그나마 가동된 레이더와 방공무기는 미 해군 EA-18G 전자전 공격기에 의해 먹통이 됐다. 그 결과 미국 전투기가 쏜 공대지 유도폭탄, 해상에서 발사된 ‘LUCAS’ 장거리 자폭 드론이 베네수엘라 공군기지와 방공 진지, 지휘소를 강타했다.

이처럼 1월 3일 새벽 1시 59분에 전격 개시된 미국의 공습에 베네수엘라군은 패닉에 빠졌다. 베네수엘라군 지도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카라카스 상공에 미군 특수전 헬기가 떼 지어 들이닥쳤다. 미 육군 제160특수작전항공연대 소속의 MH-47G와 MH-60M 헬기 11대가 티우나 기지에 갑자기 다다른 것이다. 미군 헬기의 접근을 인지한 베네수엘라 경호 부대가 SA-24 ‘이글라-S’로 추정되는 보병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쐈지만 역부족이었다. 미군 헬기의 적외선 교란 장비는 이 미사일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미사일이 발사된 지점은 곧이어 들이닥친 AH-1Z 공격헬기의 공격에 초토화됐다.

미국은 마두로가 티우나 기지에 새로 조성된 한 건물에 숨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해당 건물 옥상에 MH-47G 헬기가 접근해 델타포스 대원들을 침투시켰고, 이들은 진입 46초 만에 마두로 부부에게 수갑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건물에 있던 쿠바 정보국 소속 경호원 32명이 사살된 반면, 미군은 단 1명도 죽지 않았다. 미군 헬기가 목표 건물 옥상에 도착했을 때 촬영된 영상을 보면 미군은 건물 전력을 차단하지도 않고 그대로 진입했다. 그럼에도 델타포스는 쿠바 경호원들을 상대로 단 1명의 사상자도 없이 물 흐르듯 마두로에게 당도해 수갑을 채워 끌고 나올 수 있었다. 미국이 건물 구조와 경호원 배치는 물론, 마두로 부부의 위치도 실시간 파악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미군은 마두로 체포 과정에서 부상자 7명이 발생했는데 그중 5명은 응급처치만으로 부대 복귀가 가능한 찰과상 수준이었다.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중상을 입은 2명 중 1명은 MH-47G 헬기 조종사로 알려졌다. 델타포스가 마두로를 헬기에 태우고 이탈하는 과정에서 베네수엘라군의 기관총 공격에 관통상을 입었다고 한다. 다만 해당 헬기는 무사히 카라카스를 벗어나 카리브해에 대기 중이던 강습상륙함 이오지마로 복귀했다.

일각에선 미군이 ‘음파무기’ 또는 ‘극초단파(HPM) 무기’로 추정되는 신무기를 사용해 베네수엘라 경호원들이 저항조차 못 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관측은 사실일까. 과거 미군이 시위 진압용으로 ADS라는 HPM 무기를 실험한 적이 있긴 하다. HPM 무기는 전자레인지 원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전자레인지는 극초단파로 물 분자를 진동하게 해 마찰열을 일으킨다. 70%가 물로 이뤄진 인체가 HPM에 노출되면 체온이 서서히 상승하면서 고통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런 무기로 사람을 제압하려면 10분 이상 극초단파를 쏴야 한다. 그나마 습도가 높은 지역에선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무엇보다 ADS는 크고 무거워 특수전용 헬기에 탑재하기 어려운 데다, 자칫 지상에 투입된 아군 전자장비도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마두로 체포 작전에 ADS가 사용됐을 개연성은 낮다는 게 필자 견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국방예산을 1조5000억 달러(약 2217조3000억 원)로 증액하겠다고 공언했다. 한 해 군사비로 1000조 원을 쓴다고 해서 미국에 붙은 별명 ‘천조국’이 ‘이천조국’이 되는 셈이다. 이는 국방비 지출 순위 2위부터 100위까지 나라들의 국방예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중국 덩샤오핑은 1979년 “앞으로 100년 동안은 절대 미국에 도전하지 마라”며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역설했다. 그의 예상이 맞다면 미국이 가진 절대적 힘의 우위가 못해도 반세기는 더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마두로 체포는 그 같은 ‘힘’을 극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24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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