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문제 없다” 승인…돼지서 사람 이식용 ‘장기’ 생산 연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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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14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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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IRB ‘유도만능줄기세포 면역결핍돼지 배아 내 이식 연구’ 승인

면역결핍돼지와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한 인간면역체계를 가진 돼지 생산© 뉴스1
면역결핍돼지와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한 인간면역체계를 가진 돼지 생산© 뉴스1
우리나라에서 사람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돼지에 주입해 질병 치료에 필요한 장기를 생산하는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건국대학교는 ‘인간화돼지 연구센터’가 심의를 요청한 의료용으로 최적화된 돼지(메디 피그)에서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조직과 장기를 생산하는 연구인 ‘유도만능줄기세포의 면역결핍돼지 배아 내 이식 연구’를 기관생명연구윤리위원회(IRB)이 최종승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역분화줄기세포라고도 한다. 피부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분화능력을 가진 원시 상태로 되돌린 줄기세포다. 사람의 난자를 이용하지 않아 윤리적인 문제가 없다.

이번 연구의 목표는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면역결핍돼지의 초기배(8세포기~배반포)에 주입해 이 수정란을 대리모에 이식한 후 돼지 몸에서 인간의 고형 장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종 간 장기 이식보다 한층 고도화된 기술이다. 일명 ‘키메라(chimera) 장기’ 연구다. 이 연구가 국내에서 이뤄진다면 세계 최초 사례가 된다.

인간화돼지연구센터는 이미 보유한 면역결핍돼지의 배아에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식해 서로의 세포를 혼합해 발달을 유도하고 면역이 결핍된 돼지에서 인간 면역체계를 구성하게 된다. 면역결핍돼지는 면역세포 발달에 필수적인 재조합활성유전자(RAG2)와 인터루킨2 감마수용체 유전자가 없는 상태다.

사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주입한 돼지의 배아를 대리모 돼지에 이식하고 대리모로부터 생산된 돼지가 면역세포(T/B/NK)와 흉선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이 돼지는 사람의 면역체계를 가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보고된 키메라 연구는 2017년 미국 연구자들이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돼지 키메라 배아 생산에 일부 성공한 것이 전부다. 일본에서는 지난 3월 동물과 사람의 세포를 혼합한 ‘동물성 집합 배아’를 동물의 자궁에 이식해 사람의 장기를 가진 동물이 나올 수 있도록 연구 지침을 개정하기도 했다.

연구가 성공한다면 활용성은 매우 다양할 전망이다.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하는 환자 수를 줄일 수 있다. 혈액 속 다양한 면역단백질을 바로 정제해서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의 치료용 의약품이 개발될 수도 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부상자에게 수혈 할 수 있는 혈소판을 무제한 생산할 수 있다. 다만 최종적으로 동물에서 생산된 인간의 세포, 조직,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김진희 건국대 교수는 “무엇보다 이번에 승인된 연구의 중요성과 의의는 이 연구가 인간 면역체계를 가진 돼지 생산 이후에 진행될 연구의 초석이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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