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하는 대구 특화산업 지원센터

노원동 안경산업토털비즈니스센터 입주공간 못 채우고 장비이용 저조
장기동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는 건설사 등 관련 없는 업체들 입주

7일 대구 북구 노원동 안경산업토털비즈니스센터의 전경. 임대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췄는데도 기업 입주 공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첨단 장비의 사용률도 저조하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7일 오후 2시경 대구 북구 노원동의 안경산업토털비즈니스센터(아이빌). 현관 앞에는 ‘공장·사무실 입주업체 모집’이라고 적힌 큰 간판이 걸려 있었다. 건물에 들어서자 층마다 빈 사무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1층 첨단장비센터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안경 시제품 제작에 쓰이는 쾌속조형기와 3차원(3D) 스캐너 등 고가의 장비가 갖춰져 있었지만 활용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각종 장비 위에는 공구와 잡동사니만 잔뜩 올려져 있었다.

대구지역 특화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건립된 각종 지원센터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입주 공간을 다 채우지 못하거나 해당 업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업체를 입주시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 북구는 지역 안경업계 지원을 위해 2015년 사업비 178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7층, 건축면적 9957m² 규모로 아이빌을 건립했다. 현재 아이빌의 기업 입주 공간 67실 중 임대가 완료된 곳은 57실이다.

입주율은 85%로 높은 수준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개관 초 입주율이 50% 안팎으로 낮아 3.3m²당 월평균 2만1000원이던 임대료를 2016년 1만9500원, 지난해 1만1200원으로 두 차례에 걸쳐 절반 수준으로 낮췄는데도 입주 공간을 다 못 채운 것이다.

장비 사용도 저조하다. 김지연 북구 의원에 따르면 17억6000만 원을 들여 구입한 장비 6종 중 3종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사용건수가 10건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구는 매년 아이빌에 6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안경테 제조업체 관계자는 “아이빌은 안경업체 집적지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며 “임대료도 주변의 다른 공장들과 비슷해 굳이 입주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북구 관계자는 “근처에 유사한 형태의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면서 아이빌의 임대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 추가로 입주 신청을 한 곳이 있고, 장비 이용률은 지난해에 비해 20∼30% 늘었다”고 말했다.

달서구 장기동의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는 최근 건립 목적에 맞지 않는 업체들이 입주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지역의 출판 및 인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226억 원을 들여 센터를 건립했다.

지하 1층, 지상 6층, 건축면적 6040m² 규모의 센터는 기업 입주 및 작가 입주 공간, 전자출판공동제작실, 공동물류센터, 공동장비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구시는 매년 센터 운영비로 8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센터의 기업 입주 공간 20실 중 일부는 회계사와 건설사, 경영컨설팅 등 출판 및 인쇄와 전혀 관련이 없는 업체로 채워져 있었다. 월평균 임대료는 3.3m² 당 1만2000원 수준으로 인근 성서산업단지 등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이 입주 신청을 할 때 출판업으로 등록했거나 출판 관련 업무를 한다고 했다”며 “올해 말 평가를 통해 출판 및 인쇄 분야의 실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면 퇴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수요와 타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며 “결과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지역의 특화산업을 현실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