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0월 D일보 경제면입니다. 경제면은 아무래도 기사 내용이 딱딱하고 건조하기 때문에 사진이나 삽화로 숨통을 터주는 편집을 하겠다는 시도를 막 시작할 때였습니다. 1990년대 중반 J일보가 ‘섹션신문’을 표방하며 경제 섹션을 따로 만들었는데 많은 신문들이 그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전엔 경제관련 회의가 주로 쓰였는데(사진기자들 말로 시커먼스 회의-어두운 색의 양복을 입은 분들이 회의를 하기 때문), 이 즈음부터는 사회면에 쓰일 법한 농촌 스케치나 경제 현장, 외신 패션쇼 등이 주로 쓰였습니다.
▲1998년 12월 D일보 경제섹션. 명동 양말가게 사진
1999년부터는 사진기자들이 한시름 놓게 됩니다. 매일 5꼭지 가량 경제면 용 사진을 마감해야 하는데, 구세주들이 등장한 겁니다. 바로 백화점과 호텔이었죠.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등 백화점과 서울 시내 각 호텔들은 자체 행사나 상품들을 홍보하기 위해, 늘 아이템에 쪼들려있던(?) 사진기자들을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원래 백화점과 호텔 홍보실은 기자들을 무지무지 싫어했습니다. 특히 카메라 기자들은 더더욱 싫어했죠.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치의 상징으로 취급받아 주로 비판과 고발의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연히 홍보 일도 언론의 비판을 해명하는 ‘네거티브 홍보’ 업무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행무상. 서서히 외환위기의 암운이 걷히면서 소비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였고, 한동안 지갑을 닫고 허리띠를 졸라맨 소비자들이 ‘우아한’ 소비를 열망했습니다. 백화점과 호텔 홍보실이 대폭 강화되고 사진 관련 보도자료를 돌렸습니다. 물건,서비스 등 상품이 사진으로 표현되고 지면에 실리면 바로 매출과 이어지던 시기라 경쟁이 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홍보실 입장에선 ‘공짜 홍보’였고 경제면 사진 아이템 발굴에 굶주린 사진기자들 입장에선 시원한 바람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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