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성공한 CEO가 꿈꾼 ‘유토피아적 일터’의 실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는가/에이미 그로스 지음·이정란 옮김/428쪽·1만8500원·한빛비즈

수평적인 관계, 가족 같은 분위기, 그리고 금전적 성취까지…. 기업의 ‘갑질’ 문화가 거센 질타를 받는 요즘, 각종 스타트업 기업들은 ‘꿈의 직장’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은 ‘고객에게 행복을 배달한다’는 기업 문화로 유명한 미국 온라인 신발 회사 ‘자포스’의 최고경영자(CEO) 토니 셰어가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좌절로 치닫는 여정을 그렸다. 저널리스트 출신인 저자가 5년 동안 기업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느낀 사실을 꾸밈없이 서술했다.

셰어는 자사 건물을 낙후된 라스베이거스의 구도심으로 옮겨 유토피아적 직장 공동체를 구현하는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3억5000만 달러(약 3780억 원)가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불거진다. 원래 거주했던 이들을 퇴거시키다 마찰을 빚었고 창업자들은 투자 수익에 대한 압박으로 힘겨워하다 자살한 이도 있었다.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자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은 오히려 직원들에게 혼란을 야기했다. 우정으로 갈음되어 오던 인간관계나 추상적이고 낙관적인 기업 목표는 수익 창출과 같은 위기의 순간마다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셰어의 사례는 스타트업 기업의 희망찬 시작뿐 아니라 절망적인 최후도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새 비즈니스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을 경계하고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는가#에이미 그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