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탁구왕 김정길 “장애 좌절감 훈련으로 날리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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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장애인체전서 만난 김정길
“전국체전 앞서 열려 경기력 도움”… 작년 12월 결혼해 쌍둥이 출산 앞둬

장애인탁구 김정길이 지난해 9월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한진아 씨(오른쪽 사진)와 결혼해 쌍둥이가 태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장애인탁구 김정길이 지난해 9월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한진아 씨(오른쪽 사진)와 결혼해 쌍둥이가 태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그의 눈썹 문신은 ‘사랑의 흔적’이다. 외모 가꾸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던 그였다. 하지만 머리를 다듬어주던 헤어디자이너가 너무 맘에 들었다. 데이트 신청을 하려고 둘러댄 핑계가 눈썹 문신이었다. “눈썹 문신을 하려는데 잘 모르니 같이 가주세요.” 그녀는 휠체어를 탄 그와 함께 길을 나서주었다. 그리고 둘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결혼식을 올렸다.

남자 장애인 탁구 선수 김정길(31·광주시청)이 전해준 러브스토리다. 그는 2016 리우 패럴림픽 탁구 남자단체전 TT4-5(4∼5등급) 금메달을 따낸 주역 중의 한 명이다. 김정길에겐 매사에 적극적이고 목표에 꿋꿋하게 도전하는 근성이 있다. 19세이던 2004년 산악자전거를 타다가 떨어져 척수 장애가 생겼을 때도 그는 주저앉지 않고 훌훌 털고 일어섰다. 장애가 생긴 건 그에겐 또 다른 도전일 뿐이었다.

재활 당시 훈련을 돕던 코치의 제안을 받고 탁구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하루 6시간 이상 훈련에 몰입하는 연습벌레였다. 처음 탁구를 배우며 가장 연마하기 힘들었던 ‘백 드라이브’에 천착해 주무기로 만들었다. 그는 “가끔 장애가 있다는 것에 우울한 생각이 들다가도 탁구에 집중하면 다 사라진다”고 말했다.

김정길은 16일 열린 제37회 전국장애인체전(15∼19일) 4등급 남자 단식에서 동메달을 땄다. “장애인체전은 정든 동료를 만나고 삶의 목표를 되새기는 중요한 대회다. 비록 장애가 있다곤 하나 (선수들을) 그냥 열심히 연습해서 서로 실력으로 겨루는 ‘스포츠 선수’로 봐줬으면 한다.” 전국의 장애인 선수들이 1년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는 대회이자 다른 지역 선수이자 동료들을 만나 친분을 쌓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김정길은 올해 대회는 좀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체전이 기존의 관례를 깨고 전국체전에 앞서 열렸기 때문이다. 대회가 너무 늦게 열릴 때면 추워 감기에 걸리기도 일쑤였다. 하지만 올해는 충북도의 배려로 전국체전보다 일찍 열리게 됐다. 김정길은 “올해는 9월 선선한 날씨에 대회가 진행되다 보니 경기력은 물론이고 대회장 주변 경관까지 살펴보는 여유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김정길은 12월에 ‘사랑의 결실’을 맞는다. 태명 ‘찰떡이’와 ‘호떡이’ 쌍둥이가 태어날 예정이다. 태명은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얻은 아기이니만큼 “엄마 배에 잘 붙어 있어라”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는 새로 태어날 자녀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사고로 크게 좌절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죠. 오히려 장애를 발판 삼아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자식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살다 보면 아이들에게 어려운 시기가 오겠죠. 그때 이 아빠를 한번 보라고. 아빠처럼 이겨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천=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패럴림픽#김정길#충북 장애인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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