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 “젊은 시절 유혹 많았지… 지금까지 용케 잘 견뎌왔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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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0주년 맞은 가수 최백호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음악 창작 공간 ‘뮤지스땅스’에서 만난 가수 최백호. 데뷔 40주년 음반과 공연 제목을 ‘불혹’으로 정한 그는 “앞으로 젊은 음악인들과 작업해 디지털 싱글을 자주 내려 한다”면서 “한편으론 현인, 이미자 선생의 것과 같은 정통 트로트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음악 창작 공간 ‘뮤지스땅스’에서 만난 가수 최백호. 데뷔 40주년 음반과 공연 제목을 ‘불혹’으로 정한 그는 “앞으로 젊은 음악인들과 작업해 디지털 싱글을 자주 내려 한다”면서 “한편으론 현인, 이미자 선생의 것과 같은 정통 트로트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영일만 친구’ ‘낭만에 대하여’의 가수 최백호(67)가 데뷔한 지 40년 됐다. 다음 달 기념음반을 내고 콘서트를 여는데 주제가 공히 ‘불혹’이다.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음악 창작 공간 ‘뮤지스땅스’에서 그를 만났다.

‘대장 최백호.’

명함에 박힌 직함이 거창했다. 직장명이 (사)한국음악발전소이니 따져 보면 소장인데 대장이랬다. 음악 돌격 대장쯤 되겠다.

“‘뮤지스땅스’란 이름은 후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처음엔 반대했다. 어감이 너무 세다나. 뮤직과 레지스탕스를 합쳐 내가 지었다. 허허.”

그는 2014년부터 영세 음악 창작인들에게 연습과 공연 공간, 스튜디오를 싼값에 빌려주는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젊은 음악인들과 호흡하다 보니 어느새 진짜 대장이 돼 있었다.

“천성이 게으른데…. 지난 연말엔 청와대 앞 1인 시위도 계획했다. 문체부의 뮤지스땅스 지원 예산이 연간 1억 원씩 줄더니 2017년엔 반쪽 난다는 말이 들렸다. 다행인지 삭감액이 적어 시위는 접었지만, 정부가 어려운 음악인을 돕는 일인데 자립을 요구하는 건 모순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23일 4년 만의 신곡 ‘바다 끝’을 공개한다. 다음 달 11, 12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전국에서 40주년 공연을 열고 기념음반 ‘불혹’을 낸다. 젊은 작곡가 에코브릿지(이종명)와 최백호가 수록곡의 절반씩을 썼다. 가수 주현미도 목소리를 보탰다. “‘낭만에 대하여’엔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더했다. 데뷔곡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도 아주 새로워진다.”

―데뷔 40주년 소감은….

“오래 했네. 용케도 살아남았네. 운이 정말 좋았다.”

―40주년 키워드를 불혹으로 잡은 이유는 뭔가.

“다 내려놓고 이제 욕심 없이 노래하겠다는 거다.”

―40년간 가장 큰 유혹은….

“젊은 시절에는 상도 받고 싶고, 이성 관계 등 여러 유혹이 적지 않았다. 잘 견뎌왔다고 자평한다. 198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수입이 없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낭만에 대하여’(1995년)가 벗어나게 해줬다.”

―이제와 돌아보면 ‘낭만에 대하여’는 어떤 노래인가.


“20, 30대에는 만들 수 없는 노래. 40대에만 만들 수 있는 노래. 날 일으켜 세워 20년은 더 노래할 수 있게 해줬다.”

―60대의 낭만은 또 다를 것 같다.

“지난 것에 대한 그리움.”

―최백호의 최대 그리움은 뭔가.

“어머니…. 외동아들이어서 굉장히 의지했는데 내가 스무 살 때 돌아가신 뒤, 난 군대에 가고 병을 앓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몇 년간 인간적으로는 단련이 됐다.”

―데뷔곡에서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하고 노래했는데 양친께서 모두 가을(부친 1950년 11월, 모친 1970년 10월)에 떠나셨다.


“이 노래는 어머니 돌아가시고 힘들 때 쓴 곡이다. 부를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난다.”

―따님이 한 분?

“서른셋인데 미국에서 영화 연출 공부 중이다. 근데 내가 영화 시나리오를 두 편 써 놨다. 하나는 미사리에서 노래하는 왕년의 가수를 다룬 얘기, 하나는 교도소가 배경인 공상과학물. ‘미사리’로 돈 벌면 SF를 해보고 싶은데, 언젠가 딸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아 참, 다음 달엔 뮤지스땅스에서 내 그림 전시회도 있다. 허허.”

―불혹이라더니 영화에 그림까지, 욕심이 많다.


“완벽한 불혹은 철이 안 든 게 아닐까. 영원히 안 들었으면 좋겠네. 허허허.”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최백호#불혹#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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