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푸치니의 ‘나비부인’, 초연 땐 관객 야유 받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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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왼쪽)와 로시니.
푸치니(왼쪽)와 로시니.
“오페라 공연하기 좋은 계절이군!”

생뚱맞게 들리나요? 유럽 유수의 오페라극장들은 가을에 시즌을 시작해서 늦은 봄까지 이어갑니다. 한겨울인 2월은 시즌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명작 오페라들이 2월에 초연되었습니다. 어제(2월 20일)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가 로마 아르젠티나 극장에서 1816년 초연된 날짜고, 지난주인 2월 17일은 푸치니의 ‘나비부인’이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에서 1904년 초연된 바로 그 날짜였죠.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 계절이 오페라 작곡가들에게 행운을 가져오는 때는 아니었군요. 이 두 개의 ‘2월의 오페라’는 오페라 역사상 최악의 초연을 맛본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세비야의 이발사’ 초연 때는 방해꾼들이 연신 휘파람을 불어댔고 객석에 고양이가 뛰어다녔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극작가 보마르셰의 걸작으로 명성이 높았던 연극 ‘세비야의 이발사’에 이미 로시니의 선배 작곡가인 조반니 파이시엘로가 곡을 붙여 공연되고 있었습니다. 같은 소재로 다른 작곡가가 오페라를 썼다는 얘기를 들은 파이시엘로의 팬들이 심술을 부렸던 것입니다.

‘나비부인’ 때도 객석에서 난리가 벌어졌습니다. 관객들이 휘파람과 야유를 퍼붓는 통에 무대 위의 주연 가수들 귀에 관현악의 반주부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푸치니는 대대적인 개작에 들어갔고, ‘나비부인’은 선배 작곡가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가 그랬던 것처럼 걸작 오페라의 대열에 올랐습니다.

두 작품은 오페라 정보 사이트 ‘오페라베이스’가 집계한 2015∼2016시즌 세계 최다공연 오페라 각각 6위(나비부인) 7위(세비야의 이발사)에 들어갑니다. ‘나비부인’의 초연 당시 악보는 지난해 12월 라스칼라에서 리카르도 샤이 지휘로 공연되어 이탈리아 전역에 TV로 중계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작품이 초연에서 야유를 받는다는 건 작곡가들에게 악몽이겠죠. 그렇지만 그런 시절이 부럽기도 합니다. 맞건 그르건 작품에 대한 올바른 감식안을 갖고 있다는 관객 나름의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했기 때문이죠. ‘큰 박수’와 ‘작은 박수’만 있는 오늘날 대부분의 오페라극장과 연주회장은, 얼마간 관객과 사이가 오히려 멀어진 것 아닐까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푸치니#나비부인#로시니#세비야의 이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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