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교육받고 月330만원… 中젊은이들 ‘집사학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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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대졸자 평균 임금의 5배… ‘유럽식 집사’ 교육기관 급증세

중국 쓰촨 성 청두의 국제집사학교 수강생들이 식탁에 놓인 유리잔을 정렬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중국 쓰촨 성 청두의 국제집사학교 수강생들이 식탁에 놓인 유리잔을 정렬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발레하듯 손을 뻗어 와인을 따라요.”

 중국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의 국제집사학교(IBA) 수업 현장. 서양식 의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학생들이 연회용 테이블 옆에 서서 와인 따르기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식탁보에 와인 방울이 튈까 봐 학생들의 손길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실제 억만장자의 집사가 되려면 이런 건 눈감고도 할 줄 알아야 한다. IBA에서 서빙, 청소, 비서 역할 등 집사의 기본 기술을 배우는 데에는 6주 동안 총 4만 위안(약 690만 원)의 학비가 든다.

 15일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중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유럽식 매너를 갖춘 집사를 구하는 거부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발맞춰 젊은이들도 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리며 집사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베이징 출신의 34세 여성 쉬스타오는 “미래엔 집사가 인기 직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도전했다”고 말했다.

 근래 유례없는 발전을 이룬 중국에선 부모 세대와 달리 외국 생활을 경험한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타국에서 5성급 호텔과 초호화 음식점의 서비스를 누린 이들은 본국에 돌아와서도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받길 원했고, 이에 따라 온갖 허드렛일을 대신 해주는 집사가 필요했다. 백작 부부의 삶을 그려 중국에서 인기를 끈 영국 드라마 ‘다운턴 애비’도 부자들의 욕망에 불을 지폈다.

 이런 흐름에 맞춰 2000년대 중반 중국에서는 ‘집사 고용시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집사 알선업체 ‘비스포크 뷰로’에 따르면 2007년 20명에 불과하던 고용 실적이 2015년 375명으로 늘어났다. ‘서양식’에 초점을 맞춘 집사 양성 교육기관도 여럿 생겼다. NYT는 “졸업생들의 최종 목표는 억만장자 고객을 만나는 것”이라며 “집사로 버는 월급은 최소 2800달러(약 330만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대졸자 평균 임금(약 543달러)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국의 집사 고용시장은 향후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섬세하고 격식 있는 서양식 서비스를 원하는 슈퍼 리치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포브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억만장자는 400명으로 전년보다 65명 늘었다. 1%의 상류층이 국가 전체 부(富)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의 현주소는 공산주의 국가인 게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집사를 고용한 부자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反)부패 감시가 강화되는 가운데, 집의 속사정을 빤히 아는 집사가 ‘밀고자’가 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중국 부자들은 집사를 본래 뜻처럼 ‘비밀스럽고 중요한 집안일을 맡기는 일꾼’으로 여기지 않는다. NYT는 “현재 중국사회의 집사는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값비싼 하인’ 취급을 받는다”며 “집사들 사이에선 ‘주는 돈에 비해 지나치게 부려먹기만 한다’는 푸념이 쏟아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집사#중국#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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