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본사, 가습기살균제 독성 결과 이메일 받고도 은폐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8일 22시 43분


코멘트
옥시래킷벤키저(옥시) 영국 본사가 가습기 살균제가 유독물질이라는 점을 알고도 은폐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본사가 직접 개입해 독성실험 결과를 은폐했다는 진술이 나온 데 이어 폐 손상 실험과 관련해 본사직원이 국내 연구진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사실까지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옥시의 영국 본사 직원이 가습기 살균제의 폐 손상을 확인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관계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사실을 28일 공개했다. 가습기 살균제가 동물실험에서 폐 섬유화를 일으킨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확인한 뒤 영국 본사 연구원은 ‘검토할 사안이 있으므로 추가 실험은 당분간 보류해달라’고 요청하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가 폐 섬유화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를 영국 본사가 사실상 은닉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옥시래킷벤키저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을 일으킨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 이후 이를 반박하기 위한 흡입독성실험을 KCL에 의뢰했다. 이후 KCL은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에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이듬해 8월 송부했으나 옥시 측은 이 보고서를 승인하지 않았다. 그 대신 별다른 독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서울대 보고서만 검찰에 제출했다.

앞서 옥시에 유리한 연구결과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조모 교수의 법무 대리인은 “옥시가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을 알고 있었다”며 “폐 섬유화가 나타나는 KCL의 연구결과는 수용하지 않고 조 교수의 저농도 연구결과만 수용하면서 의도적으로 결과를 왜곡했다”라고 주장했다.

옥시 본사의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29일부터 시작하는 가습기 살균제 국회 청문회에 본사직원이 참석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옥시래킷벤키저 전 사장 등 핵심관계자들이 검찰 소환조사에도 불응한 데 이어 실무자들도 불참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