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또 금정터널서… 80분 스톱 승객 565명 “가마솥 지옥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 작년이후 같은 장소 4번째

KTX 열차가 국내 최장 터널인 부산 금정터널 안에서 또다시 1시간 20분간 멈췄다. 승객들은 찜통더위와 어둠으로 큰 불편을 겪었고, 다른 KTX 운행도 잇따라 차질을 빚었다.

27일 오후 1시 서울을 출발한 KTX 133열차는 오후 3시 30분 종착역인 부산역을 5분 남겨두고 금정터널 안에서 갑자기 멈췄다. 길이가 20.3k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금정터널에서 KTX가 멈춰선 것은 이번까지 모두 네 번째다. 지난해 6월 13일과 4월 4일에는 신호기 이상이, 지난해 3월 20일에는 엔진출력 이상이 원인이었다.

정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폭염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모터블록(전기량을 조절해 열차 바퀴를 움직이는 부품)의 냉각 팬을 작동하는 보조 전원장치가 고장이 났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열기 때문에 고장이 났을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사고 열차를 부산진구에 있는 차량정비단으로 옮겨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뒤따르던 KTX 135호, 137호 열차의 운행도 각각 40분간 지연됐다. 또 열차가 멈춰선 뒤 에어컨 가동이 중단되고, 복도 쪽의 불마저 꺼지면서 승객 565명은 어둠 속에서 찜통더위와 싸워야 했다. 승객 김모 씨(43)는 “갑자기 터널 안에서 열차가 멈춰 서 순간 겁이 덜컥 났다”며 “일부 노인은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승무원들에게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모 씨(37)는 “열차 안에 비상등만 켜진 채 에어컨까지 꺼져 너무나 답답했다”며 “겁에 질린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려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고 전했다.

일부 승객은 승무원들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아이들과 함께 열차를 탔던 한 승객은 “객실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승객들을 찾아와 상황을 설명해주는 승무원은 한 명도 없었고, 성의 없는 안내방송만 몇 차례 이어졌을 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역에 도착한 일부 승객과 지연 열차 탑승객들은 격렬하게 항의하며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KTX 열차의 터널 안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터널 안 사고는 일반 철로 위 사고와 달리 밀폐된 공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KTX 열차가 멈춰서는 사고를 일으킨 터널은 금정터널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17일에는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을 잇는 황악터널에서 부산발 서울행 KTX 열차가 1시간가량 멈춰 섰다. 같은 해 2월 11일에는 부산발 KTX 열차가 경기 광명시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에서 탈선하기도 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KTX#금정터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