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열 KT사장 “이영호 요청받고 차명폰 만들어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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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민간인 사찰 수사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국무총리실의 불법사찰을 지시했다고 의심할 만한 문건이 발견됐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은 14일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작성된 ‘사건 처리 내역 보고’ 문서 중 ‘박 차관 지시’라고 쓰인 문건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이 ‘비선 보고’를 받은 것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불법사찰을 ‘지시’한 정황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단서가 나온 것이다.

○ 검찰, KT 사장 소환조사

또 검찰은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48·구속 기소)의 부탁을 받고 KT 대리점 사장 자녀 명의로 차명폰을 개설해 준 서유열 KT 사장(56)을 최근 소환 조사했다. 이 차명폰(끝자리 9111)은 2010년 7월 7일 최종석 전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하드디스크 삭제를 지시하며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건넨 것이다. 이 사실은 2010년 검찰의 1차 수사 때도 수사팀이 확인한 내용이지만 서 사장이 증거 인멸에 개입했다는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서 사장은 “2010년 7월 초 이영호 비서관으로부터 ‘업무에 잠깐 쓰겠다’는 요청을 받고 차명폰을 제공한 적이 있다”며 “해당 휴대전화가 보도된 것처럼(증거 인멸 용도) 사용돼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서 사장은 2009년 고용·노사 담당 임원 시절 이 전 비서관과 업무적으로 만나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 차명폰 4대가 열쇠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 인멸 사건과 관련해 등장한 차명폰은 모두 4대다. 검찰은 4대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증거 인멸 과정과 그 윗선을 밝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통화 기록을 밝히는 등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들 차명폰은 모두 증거 인멸이 있었던 2010년 7월 7일 직전에 개설됐다가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0년 8월경 해지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이 전 비서관 등이 증거 인멸과 관련해 은밀하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 차명폰을 마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새롭게 등장한 차명폰은 박 전 차관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있을 때 비서였던 이모 씨(39) 집을 2일 압수수색해 문제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이 차명폰 역시 2010년 7월 초 개설돼 하드디스크 삭제가 있었던 2010년 7월 7일 최 전 행정관이 쓰던 차명폰과 통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차관이 증거 인멸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 전 차관과 최 전 행정관은 통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통화 기록을 복원해 2010년 7월 15일 이후 통화 기록을 확보했다.

○ 다른 민간인 사찰 의혹도

검찰은 김경동 전 총리실 주무관의 자택에서 압수한 휴대용 저장장치(USB)에서 2008∼2009년에 작성된 KT&G 사장,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케이블방송사 CMB 회장, 경기도시공사 사장 등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대한 사찰 관련 문건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불법사찰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고 조사할 내용도 방대하다”며 “사찰 피해자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박영준#불법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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