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막춤으로… 세상을 향해 몸부림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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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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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사심없는 땐쓰’ 특별출연 서울국제고 학생 22명

19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현대무용가 안은미 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서울국제고 학생들과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현대무용가 안은미 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서울국제고 학생들과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일 오후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흰색 종이학 1500마리가 빼곡하게 붙어 있는 무대에 빠른 박자의 댄스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무대 위로 트레이닝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하나둘씩 등장해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어느새 학생 22명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원더걸스의 ‘비 마이 베이비’, 소녀시대의 ‘지’ 같은 아이돌 댄스 음악에 맞춰 정해진 동작 없이 자유롭게 춤췄다. 어떤 학생들은 객석으로 뛰어나가 관객을 끌어들이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이날은 24∼26일 이 극장에서 공연하는 현대무용 작품 ‘사심 없는 땐쓰’의 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출연자는 서울국제고 학생들. 청소년들의 춤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전체 공연 90분 중 마지막 30여 분간 전문 무용수들과 함께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현대무용가 안은미 씨는 파격적인 작품세계와 함께 박박 깎은 머리, 독특한 옷차림으로도 잘 알려진 ‘괴짜 안무가’다. 안 씨와 학생들은 5개월 전인 지난해 9월 처음 만났다. 안 씨는 춤을 가르치는 대신 “어떻게 추든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며 ‘자유’를 줬다. 함께 시장에 가서 떡볶이와 김밥을 사 먹고 헌옷을 사 마음껏 치장하도록 했다. 클럽과 노래방을 빌려 신나게 놀도록 하기도 했다.

안 씨는 “처음으로 자기 옷을 자기가 직접 사보는 친구도 있었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에 부딪치고 상처를 이겨낼 힘을 길러줘야 하는데 요즘 어른들은 ‘이걸 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 성공하지 못한다’며 불안과 공포를 심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 팸플릿에 담길 학생들의 글에는 그동안의 고민이 담겨 있다. ‘시키는거 잘해오면/그게인생 전부인줄/너도나도 알았다오/시험이란 가장중요/인생딴거 필요없어/그게그게 전부인줄/너도나도 알았다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이후로,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대학 이후로, 늘 즐거운 것을 뒤로 미뤄왔습니다. 그렇게 뒤로 미뤄서는 끝이 안 난다는 것, 항상 뒤로만 미루다 끝나버린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가르치는 대신 즐기라고 주문하는 안 씨의 말에 무대에서 어색해하던 학생들은 점점 달라졌다. 집에서도 춤 연습을 해오고 공연장이나 거리 가리지 않고 춤추기 시작했다.

이날 연습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공연을 준비하며 내가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진희 양(18)은 “예전엔 남들이 하자는 대로 하는 성격이었다면 이제는 내 고집이 생겼다”며 “엄마가 ‘많이 어른스러워졌다’고 말씀하신다”고 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김도혁 군(17)은 “처음엔 연습하러 간다고 부모님께 솔직히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지금은 ‘연습 다녀오고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잘 말씀드린다”며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씨는 “무대 배경의 종이학은 청소년들의 희망, 힘을 내기 위한 부적과 같다”고 설명했다. “학생과 무용수, 공연 스태프가 모두 함께 접었어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학생 22명뿐 아니라 모든 청소년이죠. ‘걱정 마라, 네 멋대로 살아도 된다’고 말하는 어른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용기를 얻었으면 해요.”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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