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기용]‘학교폭력 워크숍’ 간판 걸고 술판 벌인 장학사들

  • Array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김기용 채널A 크로스미디어팀
김기용 채널A 크로스미디어팀
4일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과 이강덕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비장한 각오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0일 대구 중학생의 자살로 그동안 쉬쉬했던 학교폭력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여론이 들끓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빨리 마련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주일 남짓 지난 12일, 교육감과 청장의 다짐을 수행해야 할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학교폭력 담당 공무원들은 강원도 동해안의 한 횟집에서 술판을 벌였다.

서울시교육청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 13명, 학생 생활을 상담하는 시교육청 산하 위(Wee)센터 직원 22명, 그리고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 11명은 12, 13일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 인제군에 있는 한 수련원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명목은 여러 기관 관계자들이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실제 사례와 대책을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교폭력에 대한 논의는 첫날 3시간만 하는 데 그쳤다. 저녁엔 바다가 바로 보이는 횟집에서 3시간 넘게 술판을 벌였고 다음 날 오전엔 휴식과 눈싸움으로 시간을 보냈다.

행사를 주관한 담당 장학관은 “서울에서 적당한 워크숍 장소를 구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지만 군색하기 짝이 없다. 동아일보와 채널A 취재 결과 12, 13일 서울의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는 10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세미나실이 비어 있었다.

이 장학관은 “맑은 공기 쐬며 맑은 정신에 논의하라는 뜻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공무원과 경찰이 함께 모여 일을 하니까 단합하는 자리였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1박 2일간 행사를 지켜보니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긴장감이나 사명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저 학교폭력 대책 마련을 명분 삼아 1박 2일간 즐겁게 지내다 오자는 외유성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더구나 이 행사는 이대영 권한대행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3일 오후 10시 채널A 메인뉴스인 ‘뉴스A’에서 이 사실이 보도되자 “이 권한대행에게 보고도 없이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은 2010년 가해학생의 비율이 처음으로 전체 학생 대비 1%가 넘었다.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학교폭력은 꾸준히 늘고 있다. 피해 학생들은 학교를 못 믿고 경찰에 신고하는 지경이며 그마저도 못 하는 아이들도 많다. 이 상황에서 ‘공기 좋은 곳에 가서 밥 먹고 한잔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공무원들의 마음가짐이라면 피해학생들이 의지할 곳은 없어 보인다.

김기용 채널A 크로스미디어팀 k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