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싹트는 교실]경기 남양주 동화고

  • 입력 2007년 4월 6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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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고 학생들이 5일 오후 영어 교사와 원어민 영어 강사가 함께 진행하는 회화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학교는 영어 수업시간이 두 배인 외국어 집중 이수과정을 운영한다. 남양주=이동영 기자
동화고 학생들이 5일 오후 영어 교사와 원어민 영어 강사가 함께 진행하는 회화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학교는 영어 수업시간이 두 배인 외국어 집중 이수과정을 운영한다. 남양주=이동영 기자
풍물반 학생들 말레이시아 공연 2004년 말레이시아에서 동화고 풍물반 학생들이 공연을 펼쳐 현지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동화고 학생들은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예술제 체육행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사진 제공 동화고
풍물반 학생들 말레이시아 공연 2004년 말레이시아에서 동화고 풍물반 학생들이 공연을 펼쳐 현지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동화고 학생들은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예술제 체육행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사진 제공 동화고

《경기도 내 비평준화지역인 남양주시 도농동의 사립고교인 동화고.

1973년 문을 연 이 학교는 2007년도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 7명, 고려대 34명, 연세대 16명, 이화여대에 14명이 합격하는 성과를 냈다. 중복 합격한 학생이 많아 졸업생은 590명인데 대학입시에 합격한 총인원은 778명. 실제 진학생 515명 중 492명이 수도권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학교 측은 “목표했던 것에 미치지 못해 재수를 결심한 학생을 빼면 전교생이 다 진학한 셈”이라고 밝혔다. 》

동화고가 ‘공부 잘하는 학교’로 지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 그러나 학교에 입학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부 중심 학교’라는 분위기보다는 ‘자유로움’부터 느낀다고 말한다.

이 학교의 올해 입학식은 교사와 재학생 대표들이 봄방학을 반납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했다. 오후 2시 학교생활 안내로 시작한 입학식은 학교 측이 마련한 저녁식사로 이어졌고, 해질 무렵에는 성악과에 진학한 졸업생과 교내 록그룹 동아리, 밴드부 등이 음악공연을 벌였다.

36개에 이르는 이 학교의 동아리는 요리, 영상제작, 스키, 춤, 방송, 신문, 풍물 등 다양하다. 풍물반은 2004년 말레이시아에서 공연을 펼쳐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자칫 공부에 소홀할까 불안해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트레스 해소, 폭력사고 감소 등의 효과가 학업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만족해한다. 3학년 학부모 최정인(여) 씨는 “동아리활동 등을 통해 아이가 학교를 평화롭게 다니고 있다”며 “서울 등 입시경쟁이 과열된 지역에 비해 아이의 학교생활이 정서적으로 훨씬 안정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화고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수업은 외국어 집중 이수과정 반과 논술 프로그램이다.

학년별로 2개 반이 편성되는 외국어 집중 이수과정은 일반수업을 받는 학생들에 비해 영어 수업을 2배로 받는다. 외국어고는 아니지만 2002년부터 미국, 일본, 중국의 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해 방학마다 학생들이 상대 학교를 방문하는 한편 홈스테이를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연구부장인 한상현(44) 교사는 “학생들이 외국에 대해 관심이 높아 특히 일본의 주요 대학 입시 제도를 중점 연구했다”며 “학기 초에 유학 희망 학생을 파악한 뒤 언어 능력 등을 고려해 진학지도를 했는데 점차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와세다(早稻田)대와 메이지(明治)대 각 1명, 올해 일본 고베(神戶)대와 메이지대에 1명씩의 진학생을 배출했다.

논술프로그램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선택프로그램의 두 가지로 나뉜다. 선택프로그램의 경우 학교 측이 교사들로 꾸려진 교내 논술팀과 사설 학원 강사들로 짜인 외부강사팀 2개 코스를 개설했지만 외부강사팀에는 지원자가 거의 없어 올해 폐강됐다.

교내팀은 ‘정일형 팀’, ‘민경준 팀’, ‘최현탁 팀’ 등 교사 이름을 내걸고 학생이 선택하게 되어 있다. 이 중 1, 2학년 학생 25명이 주 4회 오전 7시 40분에 모여 토론수업을 하는 ‘정일형 팀’은 도교육청으로부터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3학년 신민경 양은 “선택할 논술 프로그램이 많고 실력이 향상된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에 입시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학교 강경숙(55·여) 교장은 “학부모 신뢰를 얻기 위해 교사들이 꾸준히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장기적인 노력들이 최근 입시에서 성과를 나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양주=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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