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대입논술 A∼Z]<9>개요 작성(3)몸에 맞는 옷…

  • 입력 2006년 6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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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몸에 맞는 옷처럼 내용에 맞는 문단 구성을!

개요 작성에 관해서 한 가지만 덧붙이고 싶네요. 문단을 배치할 때 틀에 박힌 구성이나 고정관념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학생들의 논술 답안을 보면 거의 대부분 ‘짧은 서론-긴 본론-짧은 결론’의 미괄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은 물론 글의 가장 기본적인 형식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며, 더구나 결론을 정당화하는 논증적 글의 기본 구조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논제의 성격이나 글의 내용에 상관없이 모든 답안을 기계적으로 이렇게만 쓰려고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국어 시간에 글의 구성에 대해 공부할 때 미괄식만이 아니라 두괄식과 중괄식도 배우지 않습니까? 그런데 공부한 것은 싹 잊어버리고 꼭 미괄식으로만 쓰려고 하는 것은 스스로 무기를 버리는 셈입니다. 상대에 따라 적합하게 쓸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익숙하다는 이유 때문에 한 가지 무기만 고집하는 전사에게 과연 승리가 보장될 수 있을까요? 글에서는 맥락(context)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한데, 맥락에 따라서 좀 더 유연하게 문단을 구성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교 평준화를 유지해야 하는가’와 같이 입장을 밝혀 찬반 논의를 해야 할 논제를 봅시다. 글의 독자라면 먼저 무엇이 궁금할까요? 어떤 입장을 선택했는지가 먼저 궁금한 사람이 대부분이겠지요. 채점자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학생 입장을 먼저 알고 싶을 것입니다. 그래야만 그 다음에 제시된 논거가 얼마나 적절한지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일반 독자의 관심을 고려하든 채점자의 상황을 고려하든 이런 논제에 대한 답안은 두괄식으로 구성해서 결론을 먼저 보여 주고 이어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합니다. 버릇처럼 ‘짧은 서론 - 긴 본론 - 짧은 결론’의 형태로만 답안을 구성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괄식 구성이 적절한 경우에도 고정관념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양극화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 보라’는 논제를 봅시다. 이 경우 ‘서론-본론-결론’으로 구성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서론에서는 당연히 문제를 제기하겠지요. 그런데 본론부터는 구성 방법이 최소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본론에서는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한 다음 결론을 따로 구성할 수도 있고, 본론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결론에서 대책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긴 글을 쓴다면 본론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과 대책에 각각 할애하고 결론에서는 요약과 더불어 전망을 제시하면 무난하겠지요. 그러나 대입 논술 답안은 짧은 글이기 때문에 결론이 요약이나 강조에 그치게 되면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셈이 되어 글의 함량이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대책 제시를 결론으로 삼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내용에서도 대책 제시가 결론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되면 결론 문단이 길어져서 문제가 생긴다는 반문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론 단락이 반드시 짧아야 한다는 생각은 근거 없는 고정관념입니다. 논의 흐름상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결론이 될 경우 내용에 따라서는 결론이 긴 한 단락으로 구성될 수도 있고, 심지어 내용에 따라서는 두 단락으로 구성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단지 마지막 문단의 마지막 부분은 글을 맺는 내용이 간략히 들어가야 하겠지요.

1200자 이하의 짧은 글을 쓰는 맥락에서는 주어진 공간에서 최대한 충분히 논의하기 위해서는 ‘서론-본론-결론’이라는 형식을 더 파괴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본론을 쓴다는 기분으로 접근하면서 첫 단락 앞부분은 도입, 마지막 단락 뒷부분은 결말이라는 느낌으로 작성해서 최소한의 형식만 갖추고, 첫 단락부터도 문제의 요구사항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충분한 내용을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몸을 옷에 맞추려면 성공하기 힘듭니다. 옷을 몸에 맞추어야 합니다. 내용에 맞게 문단이라는 옷을 유연하게 조정해 보는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어 봅시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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