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인&아웃]高대행은 ‘2% 부족한 남자’

입력 2004-03-14 18:50수정 2009-10-10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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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피해현장 시찰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오전 충남 논산시 노성면 죽림리의 폭설 피해 현장을 시찰했다. 고 대행은 주민들에게 신속한 복구비 지원을 약속하는 등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논산=사진공동취재단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극도로 절제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고 대행은 14일 충청권 폭설피해 현장을 방문할 때 대통령 전용헬기를 탔다. 그러나 그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가까운 청와대에서 헬기를 타지 않고 용산 미군헬기장을 이용했다. 가급적 노 대통령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13일 오전 대국민 담화문 발표 때도 그는 3분간 원고를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그는 최측근 참모들에게조차 탄핵정국에 대한 소견을 단 한마디도 밝히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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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대행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취재기자들로부터 ‘2%가 부족한 남자’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안전 위주로만 처신하는 신중함을 지적한 것이지만 지도자로서 98%의 자격을 갖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그의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고 대행이 행정가로서 소임에만 충실할 뿐 정치 지도자로 발돋움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한다.

실제 고 대행은 오랜 공직생활 동안 ‘자기 사람’을 만들지 않았다. 이를 놓고 고 대행 주변에선 “공직자로서 누구의 사람이란 평가를 받아선 안 된다는 가훈을 고 대행이 지켜온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큰 뜻’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주변에서는 아직도 ‘대망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 국론이 분열된 상황에선 무색무취한 고 대행이 국가 갈등을 관리하는 것이 색깔이 분명한 정치인들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물론 지난해 가을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후 조심스레 거론되어온 ‘고건 대망론’에 총리실측은 “불경스러운 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그럼에도 고 대행이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 계속 머물 것인지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주변의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탄핵 정국이 복잡하게 꼬이면 꼬일수록 그의 행보는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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